[파이낸셜뉴스] LG그룹의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와 구글이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LG와 구글의 협업을 계기로 가전업계의 AI 기술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양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달 서울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글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데이'를 개최했다. LG 계열사 직원 5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LG와 구글간 AI 협력 강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에 참석한 구글 측 인사들은 AI 기반인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소개하고, 최근 AI 시장 트렌드, AI 최적화 방법, AI 시대 보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구글 측은 LG의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LG의 'ABC' 사업에 구글 AI 서비스를 접목해 시장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어 △LG 내·외부 데이터의 효과적인 분석 및 활용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LG 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및 신기술 적용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구현 △LG의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효과적인 개발 환경 등 구글 AI 서비스의 강점 등을 소개했다.
가전업계는 이번 행사가 LG와 구글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양사는 로봇 시장에서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7일 열리는 '구글 클라우드 서밋'에서 제미나이를 탑재한 서비스 로봇 '클로이'를 첫 공개한 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초거대 AI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은 제미나이 생태계를 키워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려는 구상을 세웠다. LG전자는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위해 자사 가전에 탑재되는 AI 기술을 고도화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구글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자사 AI 기능을 대거 선보이며 LG와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미나이는 텍스트,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능이 적용된 현존 최고 수준의 AI로 평가된다. LG전자가 쌍방향 언어 능력을 강화한 제미나이를 본격 활용하면서 향후 주력 제품에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더 정밀하게 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도 올해 핵심 제품에 AI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부터 AI 음성 비서 '빅스비'에 LLM 기반 생성형 AI 기술을 추가할 예정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가전, TV 등에 적용된 음성인식 제어 기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전이 '에어컨 온도 맞춰줘' 정도의 간단한 명령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향후 '나 외출할 거야'라고 말하면 제품을 알아서 꺼주는 수준으로 AI를 발전시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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