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2대 국회가 야당 단독으로 반쪽 개원한데 이어 주요 상임위원장까지 반쪽으로 선출하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와 달리 여야가 협치를 통해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강대강 대치만 이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9일 국민의힘에 원구성 협상을 촉구하면서 이날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오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야당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경고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의힘은 일하는 국회 협상에 응하라"며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전반기 원구성 법정 시한인 지난 7일 11명의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과 18개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핵심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장 후보에 정청래 최고위원을, 운영위원장 후보에 박찬대 최고위원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최민희 의원을 추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강 원내대변인은 "지금 국민의힘의 몽니는 총선 불복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과반을 넘는 22대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따르라"며 "법과 원칙대로 국회에 나오라. 그리고 일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원구성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 자리를 맡은 만큼 법안 통과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는 제2당이 맡고, 운영위원장은 관례에 따라 집권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과방위원장을 포함해 7곳의 상임위원장 자리 역시 21대 국회 후반기처럼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사위 운영위는 중립 지대에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당연히 제2당, 여당인 우리 국민의힘의 몫인데 그것을 강탈해 놓고 다시 협상을 운운하면서 나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국회 의사일정 자체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 정책위 산하에 15개 특위를 구성해 특위를 중심으로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는 계획이다.
추 원내대표는 "향후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여야 상호 존중 바탕으로 협의를 해 나갈 때만 우리 상임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원구성 협상에 나서지 않자 민주당은 당초 제출한 11개의 상임위원장에서 나아가 18개의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해 상임위를 언제까지 공회전 시킬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다만, 이 경우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과 정쟁, 협치가 실종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11개가 최소라고 할 수 있다"며 "18개까지 간다고 확실한 안을 가지고 계획을 실천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을 하기 위해 만약 중요한 상임위가 운영돼야 한다면 감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오는 10일 본회의를 강행한다면 일단 11개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우원식 국회의장이 18개 상임위원장을 한번에 선출하는 의사일정을 진행할 경우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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