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을 찾은 일본 굴지의 완성차 엔지니어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요즘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글로벌 판매 3위로 성장한 한국의 현대차그룹과 함께 중국 업체들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라고 한다. 과거 중국차라고 하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본이지만, 이제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JAIA)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일본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1186대였는데, 이 가운데 중국 비야디(BYD) 차량이 217대를 차지했다. 수입 전기차 전체의 18.3%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아직 절대적인 판매대수는 적지만,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매섭다.
BYD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영역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BYD는 지난해 4·4분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산 전기차라고 하면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이 있었지만, 배터리부터 전기차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BYD는 동남아시아, 일본을 넘어 6만9800위안(약 1300만원)의 소형 전기차 시걸을 앞세워 유럽 시장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도 첫 전기 승용차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이미 전기버스 시장을 잠식당한 자동차 업계에선 BYD의 국내 진출이 가져올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차를 '한 수 아래'라고 평가해왔고, 소비자들도 중국산 제품을 외면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테슬라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3와 모델Y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번갈아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르는 등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예상보다 파급력이 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저가 전기차를 쏟아내자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25%에서 100%로 대폭 상향하는 등 무역 장벽을 높였다. 한국도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지원책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기업들도 이를 기반으로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 노조 역시 파업을 무기로 임금·성과급 인상,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상생과 협력의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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