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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 부과 '유산취득세' 힘받는다 [세제 개편으로 고심 깊어진 정부]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9 18:56

수정 2024.06.09 18:56

상속세 기준 손질 목소리
자녀 여럿이 나눠받게 되더라도
물려주는 총액에 대한 세율 적용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
유산취득세로 전환 공감대
세 부담 줄어 피상속인 富의 분산
납세능력에 맞는 과세 원칙 부합
기재부 "시기 문제" 기정사실화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 완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유산취득세'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 나왔다. 자녀 각각이 실제로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각종 기업 오너와 더불어 아파트 등 주요 부동산 소유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며 '상속세 부담'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다만 현행에 비해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줄어드는 만큼 '세수펑크' 우려를 벗지 못한 정부로서 오히려 재정 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 유산이 많을 수록 세율이 높았던 만큼 '부자감세' 지적을 피하기도 어렵다.

9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내놓은 '제 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통해 "유산취득세는 응능부담원칙에 부합하고 부의 분산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인적공제의 효과가 직접 귀속되는 장점이 있다"며 "긍정적인 방향에서 전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과세 방식은 현재 '유산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유산 총액을 과세 대상으로 보고 상속을 실시하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자녀가 유산을 나눠서 가져가더라도 부모가 물려주는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한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시 50%를 적용한다. 특히 상장기업 상속 경우와 같이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에게 주식을 상속할 경우 20%를 가산한다. 세율 50%에 가산세율 20%를 더할 경우 최고 세율은 60%에 이른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 수준에서도 가족경영 사례가 빈번한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상속세 부담이 경영 불안정을 야기하기도 한다. 20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망으로 상속이 이뤄졌을 때 삼성가(家)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생전 보유하던 재산 총액에 대한 세금을 내야해서다.

반면 나머지 20개국은 '유산취득세'를 활용 중이다. 유산을 받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새롭게 취득하는 재산에 대해서 과세한다. 자녀가 반씩 재산을 나눠가질 경우 재산 반절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해 각자가 세금을 낸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이미 2019년부터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권고된 사안이다. 유산을 나눌수록 세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만큼 피상속인의 부가 더 많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고, 상속인 입장에서도 감당 가능한 수준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응능부담원칙'에 부합한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유산취득세 전환은 시기의 문제"라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통된 의견이 나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세법 개정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입법조사처는 "많이 분할될수록 세부담 감소폭이 커지는 만큼 상속세 세율 및 과세표준 기준금액의 조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산취득세 도입이 지나친 세입 감소를 불러오지 않도록 전반적인 세율 구조를 함께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배우자공제, 미성년자·장애인 등 인적공제, 일괄공제 등 상속공제 제도 역시 근본적인 개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안이 제도적 준비를 마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세법 개정안 발효가 불가능하다.
세부담 감소가 '부자감세' 프레임을 벗기 어려운 만큼 유산취득세 전환 역시 국회에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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