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대거 사들인 뒤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는 등의 앨범기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가수 김호중씨 팬들은 앞서 "김씨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100억원에 가까운 기부를 실천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 중 75억원 상당이 기부한 앨범을 환산한 금액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의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가수 김호중 씨 앨범이 많이 들어왔는데 음주 뺑소니 사건 이후에는 달라는 분이 없으니 다 남아 있다. 우리가 함부로 처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김호중씨 뿐만 아니라 일부 가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 발매 첫주 판매량 기록을 올리려는 목적, 혹은 팬사인회 등 행사 참석 확률을 높이거나 다양한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을 다량 구매하고 이를 복지기관 등에 기부한다고 한다.
실제 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선 지금도 특정 가수의 앨범기부를 위한 공동구매를 안내하거나 이에 동참했다고 인증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겐 특정 가수의 앨범이 도움이 되지도 않고,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앨범은 처분이 어려워 자체적으로 폐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서울의 한 아동지원 재단 관계자는 “한동안 앨범 기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아이들도 호불호가 있어 남은 앨범은 처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부받은 앨범을 다시 팔 수도 없고 창고에 쌓여서 최근에 몇백장을 싹 폐기해야 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다른 장애인단체 관계자도 "솔직히 별로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들의 앨범이 오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소비가 안 되면 자체적으로 폐기 처분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출시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앨범이나 어르신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USB 형태의 앨범이 기부돼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호중 팬클럽에 따르면 김씨 앨범들은 그동안 685곳에 52만8427장 기부됐는데, 정확한 기부처는 알려지지 않았다.
앨범기부가 좋은 뜻의 기부라고 해도, 필요 이상의 앨범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2022년 801.5t으로 급증했다. 5년 만에 14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톱400 기준 1∼12월 앨범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000만장으로 전년(약 8000만장)보다 약 50% 늘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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