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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안짓는다… 광주·울산 인허가 올해 0건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0 18:20

수정 2024.06.10 18:20

무너지는 서민 주거 사다리
1~4월 전국 인허가수 '반토막'
5대 광역시는 2년새 90% 줄어
젊은 세대, 非아파트 외면한 탓
공급 줄며 아파트 전월세 껑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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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다세대·연립) 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올 들어 4개월간 인허가 물량이 '0가구'인 광역시가 등장하는 등 공급의 씨가 마르고 있어서다. 빌라 인허가 물량이 전무한 지역이 나온 것은 14년 만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빌라 인허가 물량은 3463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22년 1만5951가구, 2023년 6435가구에 이어 2년 연속 반토막이다.
5대 광역시의 1~4월 인허가 물량은 2022년 809가구에서 2023년 215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단 28가구에 불과하다. 2년 새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7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특히 광주와 울산은 올 1~4월 빌라 인허가 물량이 '0가구'를 기록했다. 빌라를 짓겠다고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지방 광역시에서 매년 1~4월 기준으로 인허가 '0가구'가 나온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빌라 공급이 드문드문 이뤄지지만 수개월간 인허가 0가구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빌라 추락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1~4월 인허가 물량은 2022년 6516가구에서 2023년 1495가구로 급감했으면 올해는 827가구로 1000가구를 밑돌기 시작했다.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도 전세사기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 전국에서 빌라를 공급할 곳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는 매매시장에선 소외되고 경매시장에선 물건이 적체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빌라 경매건수는 148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67% 급증해 지난 2006년 이후 최다치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유형별 매매거래 통계 기준으로 매년 1·4분기 빌라 비중은 2022년 25.5%, 2023년 15.4%에서 올해 1·4분기에는 14.9%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빌라 시장이 무너지면 서민의 주거 불안전성 고조와 부동산시장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젊은 세대조차 고액 월세를 살더라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전월세 가격이 뛰는 것은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크다"며 "다주택자 세금중과 완화, 오피스텔 주택 수 제외 등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126% 룰'로 요약되는 빌라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요건을 일부 개선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관련규제 폐지 등을 비롯한 다양한 빌라 수요 진작방안이 마련돼야 실효성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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