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톡] 로보택시와 국가비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1 19:32

수정 2024.06.11 19:32

이석우 베이징특파원·대기자
이석우 베이징특파원·대기자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이좡에서는 안전요원도 타지 않는 무인·로보택시의 유료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와 샤오마즈싱(포니AI) 등 자율주행 개발 운영업체들이 서울 3분의 1 면적의 이좡(면적 225㎢)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에 앱을 깔아 이좡에서 바이두 로보택시 아폴로와 포니AI의 무인택시를 최근 몇 차례씩 이용해 봤다. 50~60㎞의 경우 무인·로보택시가 인간 운전자가 모는 택시보다 15분 더 걸렸고, 비용은 20위안(약 3800원) 이상 저렴했다.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좀 느렸다.
운행 범위도 제한적이다"라는 볼멘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이좡에서 시속 70㎞, 이좡과 다싱공항 간 고속도로는 시속 120㎞가 제한속도였다.

운전자도, 안전요원도 없는 자율주행 차량을 네 차례 타보니 급정거, 차선변경, 좌회전 등 안전 문제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포니AI 이좡 사무실에서 이좡교 전철역까지 5월 30일 오후 로보택시를 타고 가는데 차선변경 도중 난데없이 끼어든 차량 때문에 가슴은 철렁했지만, 안정적인 대응운전에 신뢰는 더 커졌다.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의 유료 서비스는 베이징뿐 아니라 중국 17개 주요 도시의 자율주행 시범구역에서 2021년 12월부터 이뤄져 왔다. 운영업체들의 천문학적인 운행거리는 진전 수준을 가늠케 했다. 바이두는 1억1000㎞, 372만시간의 자율주행 기록을 쌓았다. 승차횟수 600만회. 상하이, 청두, 충칭, 창사 등 12곳의 시범구역에서 무인·로보택시의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상하이, 광저우 등 4곳에서 무인택시 유료 사업을 진행 중인 포니AI도 3100만㎞의 주행거리를 축적했다.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운행 범위가 서울 5배인 3000㎢를 넘어섰다. 자율주행차 500대가 2023년 12월부터는 심야운행까지 시작했다. 올 2월 우한 장강대교에서 차선변경, 진입로 합류 등에 솜씨를 보이며 '장강 횡단'에도 성공했다. 운영자 바이두는 올해 내 로보택시 1000대를 더 늘리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5월 22일 방문했던 장링신에너지차 난창 공장에서는 우한에서 쓸 자율주행차 양산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폐쇄와 혼란, 경기 감속에 시선을 고정한 사이 10년 전 세운 계획에 따라 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냈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만나는 일은 중국에서는 일상이다. 이제는 서비스 대상 확대와 도시 스마트시스템과 연계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일 공업정보화부(공신부) 등 4개 부처 공동으로 17개 자율주행지구에서 시범운행에 참여할 9개 차 제조업체를 선정한 것도 자율주행 대상 확대를 위해서였다. 자율주행 차의 운영을 커넥티드차 제조업체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비야디(BYD) 등 선정 대상들은 자율주행 3·4단계 수준으로 시범구역에서 운행하게 된다. 바이두가 자율주행 연구를 본격화한 것은 2013년이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바이두의 성과를 칭찬하며 자율주행 개발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2015년이었다.

중국 공신부는 그해 '중국제조 2025'에서 '첨단제조 10대 집중육성사업'에 자율주행산업을 포함시켰다.

그 뒤 육성방안과 스마트 도로주행 인프라 구축, 산업표준화 등의 계획을 세운 뒤 쉴 새 없이 이를 업그레이드해왔다.
상하이 등 자율주행 시범구역이 선정된 것도 2015년이었고, 자율주행산업의 표준체계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었다.

중국 자율주행산업의 약진은 국가적 리더십과 비전, 정책적 일관성과 추진력, 기업의 도전정신과 집요함의 시너지효과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우리는 어떤 비전과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10년 노력 끝에 바이두의 자율주행은 인간 운전보다 안전하게 됐다"는 왕윤펑 바이두 부사장의 최근 일성이 귀에 맴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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