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심 무기징역 선고 부당하다고 할 수 없어"
재판과정 수십차례 반성문 냈지만, 法 "전략적"
재판과정 수십차례 반성문 냈지만, 法 "전략적"
[파이낸셜뉴스] 20대 또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4)에게 대법원이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13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범행의 동기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20대 또래 여성 A씨 집에 들어가 흉기로 A씨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시신을 훼손하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 인근 풀숲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도 있다.
정유정이 혈흔이 묻은 여행 가방을 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당시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대화를 거는 방식으로 A씨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정은 재판 과정에서 수십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성문에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호소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정유정이 진정 범행을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유정은 1심에서만 21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체포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모습은 마치 미리 대비해 둔 것처럼 너무나도 작위적이고 전략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여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길 수밖에 없다”며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유정이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가 ‘환생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진술하는 등 모순되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범행을 뉘우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도 정유정의 선처 호소는 계속됐다.
정유정은 47차례의 반성문을 추가로 제출했지만, 판단은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20대 여성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는 가학성, 잔혹성을 보여 다른 범죄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는 주거지에서 생명을 잃게 됐고 가족들은 극형을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의 사형을 구형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피고인의 평탄하지 못한 성장 과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결에 정유정이 형이 무겁다며 불복했으나 이날 대법원이 정유정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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