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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AI칩 원스톱'으로 제2의 도약 선언한 삼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3 18:07

수정 2024.06.13 18:07

종합반도체 강점 살려 주도권 회복
정부도 설비투자 보조금 지원해야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이 인공지능(AI) 칩 생산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대폭 강화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 추격에 나설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삼성은 세계 메모리칩 최강자이지만 AI 대응에 한발 늦어 반도체 주도권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지난달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했고, 이어 후속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비상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일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당부했는데 못할 것도 없다. 위기에 강한 저력을 살려 초격차 기업의 위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삼성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열어 AI 시대를 주도할 반도체 부문 기술전략을 공개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 첨단조립(AVP) 시설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 회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파운드리, 메모리, AVP 3개 사업이 물 흐르듯 연결되면 고성능·저전력 AI 칩 생산효과는 급상승하게 된다. 3개 사업을 다 가지고 있는 삼성이야말로 AI 혁명 시대 반도체 최고 수혜기업이 될 가능성은 말할 것 없다. 앞서 움직였다면 지금 당장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삼성은 새로운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도 발표했다. 2027년까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적용한 신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은 내년부터 2나노 공정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에 후면전력공급 기술을 탑재하는 것이다. 후면전력공급은 전력선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현상을 개선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더욱이 고성능컴퓨팅 설계 성능에 중요한 기술이어서 향후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상용화된 사례도 아직 없다. TSMC는 2026년 말 2나노 이하 공정에 이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1.4나노 양산 시기의 경우 예정대로 2027년이 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목표한 성능과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선두기업들의 세계 칩 전쟁은 AI 혁명 바람을 타고 향후 더 불이 붙을 것이다. AI 신문물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매번 예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돼가고 있다. AI 구동에 필수 칩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 HBM 시장을 석권한 SK하이닉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공급을 늘릴 묘책을 찾아야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시 주도권 회복을 노리는 삼성도 마찬가지다.

대한상의가 13일 발표한 '반도체 공급 역량 및 원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 내용은 정부가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역량과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선 기업의 설비투자 부담을 줄여 설비 증설을 대폭 늘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한다.
과거엔 선단공정의 미세화 작업을 통해 공급량을 늘릴 수 있었지만 이젠 물리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시설투자 규모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주요국이 천문학적인 반도체 시설 보조금을 쏟아붓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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