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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매도 재개 전제는 기관투자자 불법 원천 차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3 18:07

수정 2024.06.13 18:07

내년 3월 재개 앞서 개선책 발표
현장 관리 감독에도 만전 기해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11월 중단한 주식 공매도를 내년 3월 31일 재개한다. 불법 공매도 차단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공매도 금지조치를 연장하겠다는 방침에서다. 동시에 기관투자자 공매도 규정과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행위를 엄단키로 했다. 이런 내용의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13일 당정이 확정했다.

핵심은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조건 규정을 엄격하게 하는 대신 개인들과 제도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그간 공매도가 기관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 개인투자자를 역차별한다는 비판이 컸던 게 이유다. 기관투자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차단하는 잔고관리 전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 기관이 공매도를 위해 대차거래로 빌린 주식은 12개월 이내 상환토록 제한한다. 개인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공매도 담보비율도 기관과 형평성을 맞춰 조정한다. 불법 공매도 제재·처벌은 강화된다. 벌금을 부당이득액의 4∼6배로 높이고 징역 가중처벌도 받는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7개월째 금지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HSBC 불법 공매도 사태와 2차전지 관련주 폭락으로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터져나왔다. 이런 불만을 의식해 정부는 4·10 총선 직전에 공매도를 중단시켰다. 경제위기도 아니고, 기존에 견지했던 공매도 유지 입장을 일시에 뒤집은 것이다. 총선용 포퓰리즘 논란까지 불러왔다.

전체 공매도 거래의 90% 이상을 기관투자자들이 한다. 대차거래 상환 제한이 없는 등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공매도를 마음껏 구사했다. 제도상 허점을 악용해 무차입 불법 공매도도 일삼았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공매도를 전수조사해 2112억원 규모(164개 종목)의 글로벌 투자은행(IB) 9개사 불법 공매도 혐의를 적발한 것도 최근 일이다.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초 단위로 주가가 출렁이고 손익이 달라지는 공매도 제도는 더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매도 재개 시점을 놓고 또 헛발질을 했다.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이 "6월 일부 재개"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설익은 발언으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공매도 재개가 내년 3월 31일로 늦춰진 것은 한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좀 더 신속하게 재개하는 게 기업 밸류업 정책과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밸류에이션 조절, 증시거품 해소 등 순기능이 있다.

공매도를 재개키로 한 이상 더 이상의 폐해가 없도록 제도를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관련 법도 신속하게 개정해야 할 것이다.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이 시스템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잘 돌아가도록 관리감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간 자본시장을 교란한 무차입 불법 공매도 감시가 미흡했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외국계 IB들이 시스템 오류, 법규 미숙지 등을 핑계로 국내 증시에서 다시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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