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밀양 성폭행 피해자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혼자가 아니란걸 느껴"

김주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4 13:48

수정 2024.06.14 13:48

여동생, 한국성폭력상담소 기자간담회 통해 입장문
"공론화 바란 적 없지만, 반짝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 /사진=영상 캡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 /사진=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자매가 "많은 분이 제 일 같이 분노하고 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반짝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3일 자매는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이날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상담소 관계자가 대독한 서면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피해자 자매 "피해자 이름 노출 삼가달라…2차 피해 생기지 않았으면"

이들은 일단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나락보관소', '판슥'에게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연락했던 것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피해자의 여동생이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잘못 인식되는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나락보관소의 영상은 피해 당사자가 알기 전 내려주기를 원했던 것"이라며 "피해자 남동생이 보낸 메일로 인해 오해가 있었지만 피해자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보배드림에 '밀양 사건의 피해자'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글 역시 피해자의 동생이 작성한 글이 맞다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유튜버 판슥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올렸다. 여동생인 제가 피해자(언니)에게 상황을 묻고 삭제 요청을 했는데 삭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이어 "유튜버의 피해자 동의와 보호 없는 이름 노출,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달라"며 "무분별한 추측으로 피해자를 상처 받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경찰, 검찰에게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잘못된 정보와 알 수 없는 사람이 잘못 공개돼 2차 피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가끔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미친 사람처럼 울 때도 있고 멍하니 누워만 있을 때도 자주 있지만 이겨내 보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얼굴도 안 봤지만 힘내라는 댓글과 응원에 조금은 힘이 나는 거 같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다. 잊지 않고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장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 바라봐야…콘텐츠화는 문제"

김혜정 상담소 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피해자가 공론화를 바란 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소장은 "지난해 11월 피해자가 판슥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고민 상담을 해준다는 공지를 보고 고민상담을 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라며 "공론화라는 단어를 쓴 바도 없고 공론화를 바란다고 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다른 영상에서는 (판슥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를 묵음 처리했지만 입모양을 노출하면서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특정할 수 있게 했다"며 지적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며 "유튜버들에게는 가해자들의 삶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도전적인 프로젝트처럼 콘텐츠화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 과정들이 피해자에게는 어떨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획이라는 점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본인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피해자 의사가 반드시 존중돼 삭제되기를 피해자와 함께 요구 드린다"고 했다.


상담소는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이날부터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모금액의 100%가 피해자 생계비로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유튜버들의 영상 게재 후 일부 가해자 가족들이 상담소로 여러 번 연락했다고 밝히면서 "진심 어린 사과의 계기나 시점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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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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