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당리당략을 걷어내야 진짜 민생이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6 19:21

수정 2024.06.16 19:56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야당의 원 구성 강행에 대항할 뾰족한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적극 중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최근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 해법을 묻는 질문에 대한 어느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갈수록 가관이다.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꼴불견투성이다.
양보와 타협은 사라지고, 오로지 당리당략과 정쟁만 있을 뿐이다. 22대가 호기롭게 개문발차한 지 3주째지만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여전히 '반쪽국회' 파행을 거듭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알짜' 상임위원장 11개 독식을 강행했다. 누가 봐도 민주당의 속내를 알 수 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다. 여야 간 의견 차가 큰 쟁점법안은 위원장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따라 의사진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법사위에서 처리할 쟁점법안은 수두룩하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재명 대표를 앞으로 호위(護衛·따라다니며 곁에서 보호하고 지킴)할 각종 법안도 법사위 영역이다. 찐명계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투력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을 관장한다. 이것만 봐도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에 민주당이 왜 이리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는 간다. 의석수에서 밀린 소수여당 국민의힘의 저항수단은 거의 없다.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에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백지화와 원 구성 관련 일대일 토론을 전격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순순히 이에 응할 리 만무하다. 그 대신 여당은 자체 특위 가동과 고위 당정협의를 열어 민주당의 단독 국회 운영에 맞대응했지만, 민생 챙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단독 운영을, 소수여당 국민의힘은 특위 가동이라는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자체 특위를 가동하는 등 민생을 논의해야 할 국회가 여야 간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남은 7개 상임위원장도 가져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여당 내부에선 7개 상임위라도 받자는 의견과 입법독주 비판 여론몰이를 통한 대야(對野) 강경투쟁을 선호하는 의견이 엇갈린다. 또 국민의힘은 연일 비상의원총회 소집령을 통해 내부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렇다 할 묘수는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회 파행이 지속되는 사이 민생만 멍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서민경제의 실핏줄인 이들은 지금 '경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이자지급 유예로 간신히 생명줄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젠 한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1·4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54%다. 지난 2012년 12월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격한 소비위축 기간인 코로나19 기간을 감안하면 거의 5년째 내수경기도 침체기다. 대법원에 의하면 올 1~4월 파산신청 기업은 전년 대비 약 40% 늘었다. 최근 최장 10년 장기분할상환 도입이 골자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법 개정안'(민병덕 민주당 의원), '소상공인 부채경감을 위한 금융지원 특별조치법'(오세희 민주당 의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파행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4월 총선에서 '민생'을 외치며 한 표를 호소했다. 투표용지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이다.
여야는 당장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 우 의장은 지난 5일 선출 직후 "국민의 삶 가까이에 있는 국회,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좌도, 우도 아닌 국민 속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의 노련미와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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