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日국방비 43조엔..."역대급 엔저로 30% 증발"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7 14:08

수정 2024.06.17 14:08

2018년 1월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기지에 있는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뉴시스
2018년 1월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기지에 있는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5년간 43조엔(약 377조원)에 이르는 국방비를 확보했지만 역사적인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사실상 30%가 증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첨단 군사 장비 및 부품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당초 예산보다 훨씬 비싼 값에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증세를 결정하면서까지 5년간(2022~2027년) 총액 43조엔의 국방비를 책정했으나 달러 환산으로 계획 책정시보다 30% 정도 소실, 방위 장비 조달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말 일본 정부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해 반세기에 걸쳐 성역으로 여겨졌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의 불문율을 깨고 국방비 증액을 결정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상정 환율은 '1달러=108엔'으로 엔저가 심각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엔·달러는 일본 정부의 예상보다 50엔 이상 상회하는 160엔까지 육박했다. 닛케이는 "엔화 가치 하락과 달러 절상은 (일본 정부의) 큰 오산이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 자민당 국방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환율 변동을 감안하면 43조엔으로 부족하며 국방비를 추가로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엔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방위성의 장비 조달 비용은 크게 상승하고 있다. 2024년도 예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들이는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A'의 가격은 2018년에는 1기당 116억엔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140억엔이었다.
미사일 방어의 핵심이 되는 이지스 함정의 단가도 도입 계획을 세운 2020년 당시1척 2400억엔에서 3920억엔으로 상승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1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예산이 43조엔을 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필요한 방위력을 준비하기 위해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숫자"라며 "43조엔의 범위 내에서 방위력 강화를 진행시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방비의 확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담배세 등 3개의 세목을 수년에 걸쳐 인상할 방침을 밝혔지만 시행일은 아직 미정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