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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흔들리는 K조선, 초격차 기술로 영광 재현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7 18:09

수정 2024.06.17 18:32

정부·은행 조선 수출금융 지원협약
과감한 투자로 중국 추격 뿌리쳐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5대 시중은행이 중형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중형사 RG 발급은 조선업 줄도산이 휘몰아쳤던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하면서 받는 선수금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책임지고 보증하는 제도다. 하지만 중소선사의 파산 리스크를 우려해 정부의 독려에도 시중은행의 RG 발급은 지지부진했다. 이 때문에 모처럼 수주에 성공하고도 RG 발급을 못 받아 일감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자 정부가 방법을 강구한 것이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17일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을 갖고 RG 발급 활성화를 비롯한 여러 조선업 지원책을 발표했다. 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상향하고, 은행의 보증 부담은 15%에서 5%로 낮췄다. 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빅3'의 RG 발급한도는 대폭 상향조정했다. 빅3는 최근 고가선박 수주 호조로 은행들이 설정한 RG 발급한도 대부분을 소진했다고 한다. 추가 수주를 위해선 한도를 당연히 확대해야 한다.

조선업은 코로나19 이후 오랜 불황을 끝내고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기간 세계 각국의 봉쇄령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해상 물동량이 늘었고 선박 발주도 쏟아졌다. 팬데믹 이후엔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선박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일각에선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국내 조선사의 처지도 많이 달라졌다.

울산과 거제의 '빅3' 조선사 현장에는 4년치 일감이 쌓여 있다고 한다. 선박 가격 협상력도 조선사가 우위에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신조선가지수는 186.42로 조선업 호황이 절정기였던 2008년 10월(187.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21년 6월(138.8)에 비해서도 35%나 올랐다. 이 지수는 1988년 세계 선박건조 가격을 100으로 한 것인데 새로 발주되는 선박 가격 추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수가 상승세라고 하면 그만큼 조선사에 유리한 업황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호황기마냥 웃을 수만 없는 것은 중국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다양한 선박건조 경험을 축적하면서 전체 수주량에선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올 들어선 1·4분기 기대 이상의 수주로 우리나라가 중국을 앞질렀지만 4월부터 다시 중국에 밀렸다. 걱정해야 할 것은 수주량뿐만이 아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업 전체 경쟁력에서 지난해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생산·유지보수 능력이 우리보다 뛰어나고 기술격차도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게 연구 결과다. 그동안 자신했던 값비싼 고난도 선박 점유율까지 역전당한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020년 68%에 달했던 한국의 친환경선 점유율이 지난해 40.6%로 떨어지는 사이 중국은 23.5%에서 49.2%로 급상승했다.

중국의 생산력을 압도할 극강의 기술력 확보에 기업과 정부가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선 핵심 설계인력 부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에 과감한 선행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는 내달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충실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조선업은 '한강의 기적'을 이끈 한국 중추산업이었다.
전성기의 생태계를 복원해 수출 선봉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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