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편의성 확보·보험사 수수료 부담 사이 표류하는 ‘보험료 카드납’ 법안, 이번에는?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06:00

수정 2024.06.19 06:00

22대 국회서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 발의 보험업계 "과중한 수수료 부담으로 보험사 압박"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법적으로 불가능" 전문가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험료 카드납부, 보험사들도 이득"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되며 또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보험료 납부방식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보험·카드업계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뉴스1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되며 또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보험료 납부방식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보험·카드업계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며 이슈로 떠올랐다. 보험료 납부방식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과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보험·카드업계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2인은 "보험회사들의 신용카드 납부 제한은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신용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제기된다"며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납부받을 때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 받을 수 있도록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료 카드납부를 이유로 보험계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보험회사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보험업계의 보험료 카드납부 비중은 대체로 저조하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생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3.8%로 집계됐다. 이는 특히 보장성보험에만 편중된 수치로 직전 분기(4.1%)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생보사에서 판매 중인 연금·저축성 보험과 일반보장성보험은 예적금과 유사하게 만기 시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정 보험료에 이자가 부리되는 상품으로, 카드결제 대상상품에 해당되지 않아 순수보장성보험만 카드납부가 가능한 구조다.

특히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와 메트라이프생명,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은 0%로 집계됐다. 생보업계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2019년부터 6년 연속 3%대에 머물렀다.

반면 손해보험업계의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는 올해 1·4분기 기준 30.5%로 나타나 생보업계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으나, 자동차보험에 카드납부가 집중됐다.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보험료 카드납부와 관련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수수료 문제가 꼽힌다. 현재 수수료는 2% 초반대로 책정돼 있지만, 보험업계는 이를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더 발생하더라도 금융당국과 국회의 압박으로 인해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부담을 보험사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생보업계의 우려가 극심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1·4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1조12억원) 감소했다. 보험료 카드납이 의무화될 경우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원래 없던 수수료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수수료율을 낮춰줘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춰주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18조 3항에 따르면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여전법 제24조 2항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수수료를 인하해줄 경우) 리베이트(뒷돈)를 제공하는 것처럼 비칠 소지도 있다"며 "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가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보험료가 자동이체로 납부되는 구조라 큰 불편이 없으며, 대다수 소비자들 간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제도를 만드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에 어긋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만난 20~70대 시민 10여명은 대다수가 보험 가입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험료 카드납부가 의무화되면 보험사에도 이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접수하도록 했을 때 고객들이 해지하지 않고 보험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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