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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가로막는 '30년된 규제'… 전문가들 "공익법인 규제 풀어야"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4:00

수정 2024.06.19 15:41

대한상공회의소가 19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19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파이낸셜뉴스] 3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공익법인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진국은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가 없거나 미미한 반면, 한국은 면세한도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익법인 보유주식 의결권도 제한되며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에서는 현행 규제 재검토와 더불어 세법상 혜택 확대와 같은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상의는 19일 상의회관에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민간 기부의 한 축인 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라며 "1991년 도입된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2013년 34.6%에서 2023년 23.7%로, 같은 기간 기부 의향은 48.4%에서 38.8%로 감소했다.

반면 1991년 20%로 처음 도입된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주식 면세한도는 1994년 5%로 강화됐다. 기업들의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 유인이 상승세법과 공정거래법에 의해 앞·뒷문이 모두 막힌 셈이다.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를 보면 독일, 스웨덴은 공익재단의 주식 면세한도가 없고, 미국은 면세한도가 있지만 20%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소속 공익법인에 출연한 주식에 대해 면세한도를 5%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파트너 변호사도 "30여년 전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편법 승계 또는 우회지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인식 때문에 면세한도가 강화됐다"라며 "부정적 인식이 불식되거나 다른 법령을 통한 제한이 가능하다면 공익 활성화 차원에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공익법인 활동을 제약하는 보유주식 의결권 금지 원칙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정거래법은 2022년 말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는 "공익법인의 주식 면세한도 제한이라는 사전규제보다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기업재단의 공익활동 확대라는 법 취지 달성에 부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로 기업들은 재단 활용 대신 직접 기부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가이드스타가 2022년 기준 전체 공익법인 1만1521개를 분석한 결과,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전체 기부금 약 1조6053억원 중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금은 4539억원으로 28.3%에 불과했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기업재단을 통한 민간 기부를 촉진하고 기업재단의 사회문제 해결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현행 규제를 재검토하고 재단 설립·운영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선진국들은 기업 공익법인을 활용해 기부와 승계라는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30여년 전 과거 사례로 공익법인에 대한 편향적 시각이 여전하고 과잉·중복 규제 중"이라며 "기부 활성화와 새로운 소유지배구조 모델 마련 등 사회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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