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전문가들, 북러 새 결제 체계 구축 실효성 의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4:35

수정 2024.06.19 14:35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북한제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해 미국과 한국 등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가 지난 2월 11일 중국 저장성의 '저우산 신야'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북한제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해 미국과 한국 등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가 지난 2월 11일 중국 저장성의 '저우산 신야'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동안 두 나라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결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에 미국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분석관이 보낸 e메일을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의 새 결제 체계 구축이 과거 실패로 귀결된 양국의 노력과 닮았으며 미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들에 2차(세컨더리) 제재를 가한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 노동신문에 보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러 매체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뉴컴 전 분석관은 “과거 수 년 동안 두 나라가 송금 가능한 루블화를 결제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과 러시아가 “숨기고 싶은 거래에 대해 물물교환을 하듯 ‘장부 거래’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거래는 “다른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단순한 거래도 달러를 대체하기 쉽지 않으며 중국과 이란 등이 호응을 할지도 지켜봐야 할 내용이라고 밝혔다.


VOA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지난 2010년대에 러시아 루블화를 무역 거래에 사용하기 위한 협의를 마쳤으나 결제를 위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던 대북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러시아와 북한이 적어도 지난 10여년 동안 루블화와 위안화 기반 결제 체계 구축에 대해 논의해 왔으나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유엔 제재를 위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탠튼은 “미국 재무부가 이 체계를 지원하는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를 가할 경우 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북러 간 새 결제 체계 구축이 이번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두 나라의 결제 방식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물물 교환’이 될 것이라며 “현재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를 거래하며 유류와 식량, 군사장비, 기술 지원 등의 형태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북한 항구로 이동하는 러시아 유조선을 막을 수 없는 것을 예로 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또 두 나라의 무기 기술 부문 협력이 “러시아의 과학, 기술자가 직접 항공기를 타고 러시아에서 평양 순안 공항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이같은 것을 저지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