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얼차려(군기훈련)'를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키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며 정부와 군 관계자들을 비난했다.
군인권센터는 19일 훈련병 박모씨의 어머니가 전해 온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편지에서 "도대체 군대는 하늘 같은 생명을 어떻게 아는 것이냐"며 "대낮에 규정에도 없는 군기훈련을 받다가 목숨을 잃은 아들을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지적했다. 편지가 공개된 이날은 박씨가 소속됐던 12사단 신병대대의 수료식이 열렸다.
편지에는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과 훈련 강도에 대한 비난이 담겼다. 박씨의 어머니는 "자대 배치를 염두에 두고 전우와 몇 마디 나눈 것이 그렇게 죽을 죄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6㎏의 완전군장 상태에서 총을 땅에 닿지 않게 팔굽혀 펴기를 시키고, 총을 땅에 떨어뜨리면 다시 시작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나"라며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의 말을 기억한다"고 했다.
박씨가 쓰러진 뒤 군에서 유족 측에 온 연락 내용도 언급됐다. 박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 43분쯤 소대장으로부터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중대장과 병원으로 이송 중이다'라는 첫 전화를 받았다"며 "이후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하라'는 중대장의 연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중대장은 '무슨 일 나면 나라에서 책임지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면서 "지금 무슨 책임을 지고 있느냐"며 원통해했다.
박씨 어머니는 "지난달 12사단에 입대하면서 '충성' 경례를 했던 의젓한 아들이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며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더 일찍 쓰러지는 척이라도 하지 그랬느냐'고 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편지 말미에는 "오늘 수료생 251명 중 우리 아들만 없다"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다 죽임당한 아들이 보고 싶다"고 썼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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