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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책 트리거' 금감원장이 도마에 올랐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8:18

수정 2024.06.19 18:43

김미희 증권부 차장
김미희 증권부 차장
"취임 후 금융업권 및 유관기관 간담회 등 다양한 소통행보(134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사항 수렴, 백브리핑(70회) 등 언론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주요 이슈 및 현안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의견과 입장을 밝히고 철학을 공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2주년 참고자료에 게재된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지난 2022년 6월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기자들 사이에 이 원장은 '소신발언'으로 무장한 '팩트폭격기'로 불린다. 취임 후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투자손실 등 각종 현안에 적극 대응해온 이 원장에게 '월권' 논란도 제기된다.


옛 윤석열 검찰 사단의 경제특수통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희망"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등의 발언은 '반관반민(半官半民)' 조직인 금감원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각 이슈가 자본시장과 밀접한 사안이지만 대통령실은 물론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주관부처가 있다는 점에서 '정책 엇박자'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해당 부처들은 이 원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뒷북을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 아닌, 반관반민이란 특수성을 감안하면 주요 정책 공론화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신주의에 빠진 관료사회에서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한다는 얘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이 원장의 '배임죄 폐지' 발언과 관련,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 금투세 폐지, 이사충실 의무 확대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는 물론 여야 및 부처 간 갑론을박이 뜨거운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내는 이들에게 '정책 엇박자' 운운하는 대신 현 정부에 정책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도마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반기에도 기업 밸류업을 위한 소액주주 권리 강화, 금융시장 관점에서의 금투세 도입 여부 재논의,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등 민감한 이슈가 쌓여 있다.
'정책 트리거' 역할을 자의반 타의반 하고 있는 이 원장의 말을 빌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피력"하면서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li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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