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세상에 없던 기술 찾아라" 특명… 기업들 ‘조직 개편’ 박차 [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장민권 기자,

김영권 기자,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9:06

수정 2024.06.19 20:10

신사업을 찾아라 (上) 미래 먹거리 고민깊은 재계
삼성전자, AI·로봇 전사 차원 육성
DX부문 등 미래 조직 잇단 신설
현대차그룹, SW 중심 전환 집중
AAM 선점 위한 조직정비도 진행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역량 강화
한화오션, 함정 MRO 전담 꾸려
"세상에 없던 기술 찾아라" 특명… 기업들 ‘조직 개편’ 박차 [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국내 대기업들이 신사업 경쟁력 강화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경기침체 장기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마주하며 미래 성장동력 없이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기업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재계는 신사업 경쟁력에 따라 미래 기업가치가 좌우된다는 판단하에 인공지능(AI), 로봇, 확장현실(XR)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발굴·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I·로봇 상용화, 전자업계 화두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싣기 위한 조직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가전·스마트폰·TV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산하에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프로젝터와 로봇을 결합한 '무버블 프로젝트'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관련 기획·개발·검증 전 단계를 책임지는 전담조직을 꾸렸다.
생활가전사업부는 가전제품 AI화를 위한 AI 전략·로드맵을 제시하는 'AI 전략 파트'를 신설했다. 삼성리서치의 차세대가전연구팀 산하에는 '스마트홈AI 랩' 조직도 출범시켰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11월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사업기획단'을, 12월에는 DX부문에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인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연달아 신설했다. 전사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로봇 사업의 역량 강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선행연구를 담당하는 SAIT는 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연구에 투입했던 개발인력을 '로봇 인텔리전스' 연구로 전환했다.

■현대차, 소프트웨어 중심 車 대전환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자동차를 더 이상 하드웨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공지능(AI) 기계로 재정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SDV의 발 빠른 전환을 위해 올해 초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현대차그룹은 핵심 연구개발(R&D) 조직을 크게 TVD(Total Vehicle Development)본부와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 등 2개로 나눴다. TVD본부장은 양희원 사장이, AVP본부장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사장이 맡았다. TVD본부는 차량 하드웨어 분야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AVP본부는 SDV 등 소프트웨어 부문을 담당한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선점을 위한 조직정비도 선제적으로 진행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UAM사업부를 출범시키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30년간 근무한 신재원 박사를 영입했다. 2021년엔 미국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출범했고, 2022년 국내 UAM사업부를 AAM본부로 격상시키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UAM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슈퍼널은 앞서 CES 2024에서 차세대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로 공개했다. 슈퍼널은 S-A2를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의 순항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같은 방향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래 핵심 먹거리 분야에서의 우수인력을 적극 확보하는 한편, 관련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19만8000명을 웃돌 것이란 게 현대차그룹의 예측이다. 산업군별로는 전동화와 SDV 가속화, 수소 생태계 구축, AAM, 로보틱스 등을 포함한 완성차 부문에 전체 투자액의 약 63%인 42조8000억원을 차지한다.

■AI용 반도체·선박 관리도 조직 강화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미래 핵심 먹거리인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통한 'AI 리더십'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래 AI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로 'AI 인프라' 조직을 지난해 말 신설했다. AI 인프라 산하에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를 신설했다. AI 인프라 산하에는 'AI 앤 넥스트' 조직을 신설해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개척하는 패스파인딩 업무를 맡겼다.


또 낸드플래시와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N-S 커미티'도 꾸렸고, 미래 선행기술과 기존 양산기술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을 주도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기반기술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전담조직을 처음으로 꾸렸다.
올해는 미국 법인 '한화오션 USA 홀딩스'에 1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현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영권 최종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