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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관계 더욱 밀착, 푸틴 "美 주도 대북 제재 고쳐야"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21:10

수정 2024.06.19 21:14

19일 북한 평양 체육관 종합운동장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콘서트 좌석을 안내하고 있다.AFP연합뉴스
19일 북한 평양 체육관 종합운동장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콘서트 좌석을 안내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사시 북한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 서방에 포위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앞으로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푸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미국 주도의 북한 제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
푸틴은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과 약 3시간 30분에 걸쳐 확대 회담 및 단독 회담을 마치고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베트남, 이집트, 몽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며 중국과는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당사국 가운데 한쪽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해당 조항은 북한이 1961년 옛 소련과 맺었던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에 포함된 내용이다. 상호 지원 조항은 1996년 이후 폐기되었으며 2000년 체결된 북러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담당 보좌관은 지난 17일 발표에서 이번 협정이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협정으로 1961년 및 2000년 조약, 2000~2001년 평양·모스크바 선언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우샤코프는 19일 협정이 "국제법의 모든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어떠한 대립적 성격도 갖고 있지 않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더 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게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를 보여주고 있다.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가운데)이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게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를 보여주고 있다.로이터뉴스1

■푸틴, 北 옹호 "美 주도 대북 제재 고쳐야"
지난 2월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의 최고급 리무진 '아우르스'를 선물했던 푸틴은 19일에도 아우르스 1대를 추가로 선물하고 차(茶) 세트, 해군 장성의 단검 등 여러 선물을 건넸다. 우샤코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답례로 다양한 예술품을 푸틴에게 선물했다.

푸틴은 이날 협정 체결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에는 독립적인 외교 정책이 있으며 협박과 강요의 말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서방이 정치, 경제 패권 유지를 목적으로 늘려온 수단인 제재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보) 정세 악화에 대해 북한 탓을 하는 것은 용납 불가"라며 "북한은 자체 방위력 강화와 국가 안보, 주권 수호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이는 한국 및 일본, 그리고 북한에 적대적인 병력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군사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지역 내 군사 기반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대립적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북아 역내 전체의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동시에 "러시아는 한반도 무력 충돌 재발 위협을 제거하고 장기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푸틴은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에 답방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난다면 4번째 만남이다. 푸틴은 지난 2000년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방문을 제안했으며 김정일은 약 1년 뒤에 모스크바를 찾았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제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과 싸우다 사망한 소련 장병을 추모하는 조선해방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첫번째)과 함께 제 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군과 싸우다 사망한 소련 장병을 추모하는 조선해방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타스연합뉴스

■불안한 주변국 "지켜보겠다"
미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푸틴의 방북에 대해 계속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푸틴의 침략 전쟁을 돕는 플랫폼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기 제공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인하게 전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비판했다.

장 피에르는 푸틴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이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정치·외교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출구임을 거듭 밝힌다"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했다. 장 피에르는 "우리는 푸틴이 김정은과 대화할 때 이 메시지를 전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홍균 제1차관과 중국의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8일 개최한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자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양국 외교부·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다.

김 차관은 당시 협의에서 푸틴의 방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북러간 불법적 군사협력의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19일에 협의 관련 입장을 냈다.
중국 측은 한국 정부에 북한과 러시아가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양자 일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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