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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상 최악 폭염, 산업 피해 없게 전력대책 세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0 18:24

수정 2024.06.20 18:24

지구촌 불볕더위, 우리도 최고치
블랙아웃 대비책 빈틈 없이 짜길
서울 전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전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지구촌이 때 이른 불볕더위로 신음하고 있다. 전력수요도 폭증해 세계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이제는 '지구 이상화'(global weirding)나 '극한 날씨'로 불러야 한다는 학자가 있을 정도로 기온은 치솟고 있다. 쿠웨이트는 20일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아 일부 지역의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지구 평균기온은 12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고, 해양 온도도 1년 넘게 매일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년보다 폭염이 일찍 시작됐다. 지난 19일 경북 경주는 최고기온이 37.7도까지 올라 6월 기온 중 가장 높았다. 광주도 37.2도까지 오르며 종전 6월 최고기온을 66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상기후는 폭염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폭우와 우박 등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는 경제에 큰 피해를 준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2049년까지 세계 경제에 연간 38조달러의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먼저 전력사용량 급증에 따른 블랙아웃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특히 공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냉방을 이용하는 농업이나 어업, 축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 타격을 받는다.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교통과 통신이 차단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국가적으로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진과 같은 대형재난과 다름이 없다.

정부는 20일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92.3GW로 8월 2주차 평일 오후 5시쯤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원전 21기와 태양광 설비를 활용, 최대 104.2GW의 공급능력을 확보했다고 한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대비는 늘 해야 할 수준보다 여유 있게 더 해놓는 것이 좋다. 예상보다 더위가 길어지고 기온이 더 올라 전력 소비가 전망치를 뛰어넘을 경우의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지금부터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아직은 큰 문제가 없지만 열대야가 일찍 시작돼 전력 사용량이 급상승하고 있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국민들이 전력 사용을 조금씩 줄이는 게 비상시에 효과가 큰 방책이다.

더운 날씨는 취약계층에 몇 배의 고통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를 늘려주는 등으로 사각지대를 살피겠다고 했다. 정부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들도 발 벗고 나서서 취약계층을 돌봐야 한다.

원전을 가동함으로써 전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폭염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과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전력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전기 부족으로 산업이 마비될 극단적인 상황이 닥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신규 원전을 더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야당이 문제다.
고준위방사능 폐기물처리장 설치법도 몽니를 부리듯 지난 국회에서 반대한 야당 아닌가.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전기 확보의 절박성을 알리며 설득하는 도리밖에 없다. 멀리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재앙과도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 앞에 닥칠 수 있다.
대비는 더 일찍 과할 정도로 해 놓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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