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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후진적 부동산PF 대수술하라는 KDI 권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0 18:25

수정 2024.06.20 18:25

"자기자본 올리고 3자보증 폐지"
영세 시행사 '한탕' 구조 바꿔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저자본·고보증' 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밖에 안 되는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30~40%로 높이고 건설사 제3자 보증을 폐지하라는 권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라는 보고서에서 한 제언이다.

KDI는 최근 3년간 추진된 PF 사업장 300여개(총 100조원)의 재무구조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사업장별 평균 사업비 3749억원 가운데 97%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었다. 시행사 자기자본은 3%도 안 됐다.
경기 변동과 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자기자본 비중이 30%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자기 돈을 거의 넣지 넣고 보증 대출로 PF를 짜는 게 일반적이다.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 시행사도 사업성으로 대출만 잘 일으키면 부동산 PF를 만들 수 있다. 공사를 따낸 건설사가 보증을 선다. 금융권은 일명 브리지론으로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준다. 흥행하면 시행사는 대박이 터지는 '한탕' 투기판이 될 수 있는 후진적 구조인 것이다. PF 사업의 자본 확충과 대손충당금에 대한 규제가 허술한 탓이다. PF 사업성 평가도 부실하다.

수천억, 수조원 규모의 부동산 PF는 우리 경제에 잠복한 뇌관이다. 돈이 풀리고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는 리스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동성 긴축과 같은 위기 때 경제 전반으로 급속히 전이되는 악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금융·실물경제로 PF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직간접 공적자금을 투입한다. 결국 국민혈세로 막는 꼴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PF 대출 잔액은 134조원에 이른다.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55%다. 그중 저축은행 연체율은 11.26%로 지난해 말보다 4.30%p나 올랐다.

KDI의 제언은 현실적인 자본확충 규제개선이다.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충족하도록 하고, 이에 상응해 금융기관이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간접 규제하자는 것이다.

그 대신 간접부동산투자회사 리츠(REITs)는 규제를 풀고 세금 감면 등으로 활성화하자는 제안이다. 자기자본 15% 미만의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1.5배의 대손충당금을 의무화하는 미국 사례가 유사하다. 합리적 규제로 부동산 PF 재무건전성을 강화해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이다.

핵심은 PF의 사업·재무건전성 강화다. 이에 필요한 사업장별 재무·사업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동산 PF 종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자는 제언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껏 이런 체계적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게 의아할 따름이다.

지난달 정부는 최대 5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는 등의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을 내놓았다.
부실 PF를 가려내 경·공매하고 재구조화하겠다고 했다. 부실 PF 판정은 엄정하고 냉정한 옥석 가리기가 돼야 한다.
KDI의 제언대로 PF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면서 부실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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