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반유대주의 규탄' 시위…정치권까지 번져
[파이낸셜뉴스] 프랑스에서 12세 유대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분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더러운 유대인'이라고 칭한 점 등이 알려지면서 총선을 앞두고 반유대주의와 관련한 논란이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피해자에 '더러운 유대인' 욕하며 범행…영상 촬영·협박까지
19일(현지시간)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달 15일 파리 북서부 외곽 쿠르브부아의 한 공원에서 12세 소녀가 소년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12∼13세로, 피해자를 창고로 끌고 가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범행 당시 소년들은 피해자를 '더러운 유대인'이라고 부르며 반유대주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소년은 피해자에게 유대교와 이스라엘에 대해 질문했고, 범행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면서 피해 사실을 알리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년들은 지난 17일 체포됐다.
이들 중 2명은 13세로 집단 성폭행과 반유대주의 모욕, 폭행, 살해 위협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구금된 상태다.
나머지 1명은 12세로 반유대주의 모욕과 폭력, 살해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일단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대두된 반유대주의로 가뜩이나 몸살을 앓던 터였다.
'유대인이어서 당했다'…파리·리옹서 수백명 시위
파리와 리옹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수백명이 참여하는 반유대주의 규탄 시위가 열렸고, 이달 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가세하면서 비난 여론이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파리 중심가에서 열린 규탄 시위에는 '유대인이어서 12세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시위에는 에릭 듀퐁-모레티 프랑스 법무부 장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반유대주의가 학교를 위협하고 있다며 유대인에 대한 인종 차별과 혐오에 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극좌파에 돌렸다.
르펜은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극좌파가 유대인들에게 오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반유대주의 범죄의 심각성을 경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뤽 멜랑숑 대표도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도 우파인 자크 코소브스키 쿠르브부아 시장은 이번 사건을 '야비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가해자들이 나이와 관련 없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최근 반유대주의 행위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난해 보고된 1676건의 반유대주의 행위 중 12.7%가 학교에서 발생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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