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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우크라에 무기지원 검토, 국익 우선 강온 양면 전략 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1 15:54

수정 2024.06.21 16:0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군사동맹에 준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우리 정부가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명시한 북·러 협정 전문이 공개된 20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대(對)우크라 무기 지원 관련 법적·행정적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21일엔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조약 체결에 항의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우리의 대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즉각 반응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러는 소련 해체로 폐기된 군사조약을 되살렸다. 1961년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은 1996년 폐기됐다. 2000년 북·러는 우호 선린 협조 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빠졌다. 그러나 24년 만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이 포함된 군사조약을 복원한 것이다.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기술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군사개입을 포함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북한의 국지적 대남 도발을 자극,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러시아를 향한 우리의 강경 대응은 정당하다.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지만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관계 단절은 원하지 않는다. 러-우크라 전쟁에 대한 직접 개입도 자제하고 있다.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우크라에 살상무기도 제공하지 않았다. 전투식량, 방탄복, 방독면 등 비살상 인도적 물자만 지원하고 있다. 이달 초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아 감사하다"며 단절된 경제·외교적 관계 복원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러 조약 체결로 윤석열 정부는 안보외교 시험대에 섰다. 미·중 대립, 북·러 초밀착의 신냉전 기류를 이겨내고 넘어서야 한다.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 안보 역량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양한 강온 대응카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제조 기술력, 양산 능력은 우리가 갖고 있는 힘이다. 외교·안보력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전후 경제 복원과 기술교류가 필요한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포함한 모든 상황을 염두해야 한다. 양국간에는 냉각기가 필요할 것이다. 북·러 밀착을 강하게 견제하는 한편으로 지나친 긴장 고조도 경계해야 한다. 서방의 대러 제재 이전까지 우리는 자동차 분야 등에서 러시아와 다방면으로 경제협력과 교역을 해왔다. 러시아에서 연간 200만t 정도의 액화천연가스(LNG)도 수입한다.

러시아도 한국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러의 위험한 결탁에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 힘을 합쳐 맞서면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북·러 군사동맹이 불편한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과의 외교 협력으로 북·러 밀착을 견제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국익을 최우선시하면서 능동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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