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집권하면 1933년 독일(히틀러 집권 독일)처럼 될 것"(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 자크 아탈리)
프랑스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선두 자리를 지키자, 프랑스 각계각층에서 극우의 제1당 등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RN이 총선에서도 1위를 하면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라지면서 프랑스 정치 지형이 격변할 수 있어서다.
한편, RN이 제1당에 오를 시 1995년생(29세)인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가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5공화국 최연소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34세)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승부수에도...마크롱당은 3위 그쳐
RTL 라디오와 M6 TV, 챌린지 매거진이 의뢰한 해리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19~20일)에서도 RN 33%, NFP 26%, ENS 21%로 마크롱 대통령 소속 당인 ENS가 3위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9일 치러진 제10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31.4%로 1위를 차지하고 르네상스당은 이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14.6%)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자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직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며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프랑스는 이번 총선에서 의원 577명을 선출한다. 프랑스 언론들은 RN과 그 동맹은 235~280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절대 과반 289석에는 못 미치지만, 현재 의석수 88석 대비 의석수가 대폭 늘면서 존재감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는 이달 30일, 2차 투표(결선)는 내달 7일 실시된다. 1차 투표에서 12.5%를 얻지 못한 후보는 결선에서 제외되며, 결선 최다 득표자가 최종 당선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대통령을 사임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차기 대선은 2027년이다.
틱톡 팔로워 170만...젊은 유권자 잡기 나선 극우 샛별
바르델라는 1995년 프랑스 파리 북서부 변두리 지역인 생드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이탈리아·알제리 출신 이민자다.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인 2012년 RN의 전신 국민전선(FN)에 입당해 지역구에서 활동했다. 2018년 FN이 RN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인 지지 기반 확대에 나설 무렵 당 대변인 3명 중 한 사람으로 발탁됐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선됐고, 당 부대표로 임명됐다. 르펜의 2022년 대선 본부에선 청년층 공략을 맡아 틱톡 같은 SNS를 잘 활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 22일 기준 그의 틱톡 팔로워 수는 170만명에 이른다.
여성·유대인 표심 공략한 '佛극우'
특히, 여성과 유대인들의 지지세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의 유대인 유권자들이 RN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N의 창당인이자 르펜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은 과거 반유대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하는 등 RN은 과거 반(反)유대주의를 주장한 바 있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마린 르펜 전 RN 대표가 2015년 아버지를 당에서 영구 제명하며 반유대주의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 전쟁 이후 RN이 이스라엘과 프랑스 내 유대인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서면서 유대인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 유권자의 호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매체 레제코가 유럽의회 선거 당일 여론조사회사 오피니언웨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여성 유권자의 33%가 RN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RN에 투표한 프랑스 남성 유권자 비율(30%)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남성의 25%, 여성의 21%가 RN에 투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유권자의 RN 지지율이 불과 5년 사이 12%p나 높아져 남성 유권자의 RN 지지율을 추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현지 극우세력이 지난 수년간 불법 이민자와 무슬림을 각종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묘사하면서 자신들을 여성 권리의 수호자로 묘사해 온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바르델라 대표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RN이 가정 폭력에 고통받는 여성에 대한 지원과 의료지원 등 여권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외국인 범죄자 강제 추방, 여성에 대한 폭력 엄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여성이든 낮이든 밤이든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여성의 안전을 강조했다.
27년 만에 동거정부 들어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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