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사기와 공갈,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80명을 경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해외총책 B씨의 지시를 받고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몸캠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를 벌여 피해자 220명으로부터 95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류를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이들을 체포하면서 필로폰 649g과 대마 143g, 향정신성의약품인 엑스터시(MDMA) 368정을 압수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도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혐의를 받는 국내 총책 박모씨 등 27명을 검거하고 이중 1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14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꾸는 중계기 580대를 이용해 81명에게서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필리핀에 있는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해 모집한 조직원 중 신뢰가 쌓인 이들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들이 시중에 유통하고 갖고 있던 마약은 필로폰, 케타민 등 5.77㎏으로 시가 약 29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는 동시에 19만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류까지 뛰어들게 된 이유는 범죄 구조가 유사한 측면이 있어서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총책은 해외에 거주하면서 범죄를 기획한다. 실제 활동은 이들에게 고용된 수거책이 맡는다. 수거책들은 대부분 지인의 소개를 받거나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문자에 속아서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마약류 유통도 마찬가지다. 마약류를 공급하는 상선은 해외에 거주하고 온라인을 이용해 마약류를 판매를 한다. 거래가 이뤄지면 '드립퍼'라고 불리는 운반책이 마약을 특정 지역까지 배달하게 된다. 드립퍼들 역시 고액 아르바이트로 알고 마약류 유통에 가담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말로는 어떨까. 범죄가 손쉬워질 수록 수사기법도 발달하기 마련이다. 범죄 형태가 마약으로 옮겨갈 수록 검거될 경우 형은 무거워진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대표적이다. 마약 유통과 제조 역할을 맡았던 길모씨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지난해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 행사를 여는 것처럼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하고 이를 빌미로 부모들에게 협박 전화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투약하게 하고 전화중계기를 통해 해외에서 협박을 일삼은 사건이었다. 지난 4월 30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길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씨도 징역 10년으로 1심(징역 8년)보다 형량이 늘었다. 필로폰 공급책 박모씨와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모씨는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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