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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이제는 AI시대] 로봇 강아지와 가족의 의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3 18:59

수정 2024.06.23 20:37

첨단 로봇 강아지에서도
연민·애정 느낄수있는데
그보다 못하면 되겠는가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며칠 전, 국민이 존경하는 한 스포츠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공감의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가족이기에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지만, 그러한 무조건의 사랑을 악용하고 가족구성원을 희생시킨다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댓글에는 가족의 일탈이 결코 불법행위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는 이 시기에 로봇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일본 소비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 소니가 '인공지능로봇'이라는 뜻의 아이보(Aibo)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 강아지를 출시한 것은 25년 전인 1999년이다. 이 로봇은 소니의 독자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다리, 허리 등 18개 부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자연스러운 동작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64비트 프로세서, 터치센서, 스피커, 마이크, 리튬이온배터리, CCD카메라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사양을 갖춘 이 로봇은 어린이부터 60대에게까지 고른 사랑을 받으며 상당히 높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미국 등 해외수출도 시도했으나 초기 모델 대부분이 일본에서 소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들은 아이보를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중간자적 존재로 인식했지만 친구로 사귀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관련 연구는 아이보가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과 인간·로봇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향상시켜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아이보와의 상호작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로봇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보가 사람들의 로봇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인간·로봇 소통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아이보는 감정표현과 학습능력을 갖추었기에 아이들, 노인과의 소통에 재능을 보였다. 아이보와의 소통을 통해 짙은 유대감을 쌓은 일본 노인들은 고장난 아이보를 폐기하는 대신 인근 사찰에 위패를 모셔놓고 승려와 함께 아이보의 '영혼'을 기리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어떤 노인은 아이보 덕분에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2006년 생산이 중단됐던 아이보는 2018년 ERS-1000이라는 모델명을 달고 다시 출시됐다. 1세대 아이보를 오랫동안 사용했던 사람들은 아이보가 돌아와서 다시 가족이 생긴 것 같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반겼다. 특히 노인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 1인가구 청장년들이 아이보 재출시를 환영했다.

로봇의 발전은 눈부시다. 지난 2020년 CES에서 삼성전자가 소개한 볼리(Ballie)라는 로봇은 마치 공처럼 생겼지만,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바로 벽면에 투사해 보여줄 수 있고, 집 안의 전자기기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핸슨로보틱스의 소피아라는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가지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인간의 표정을 흉내내는 모습이 두려움까지 자아냈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로봇은 걷기, 뛰기, 공중제비, 파쿠르 동작까지 가능한 운동성이 돋보인다. 아메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을 닮은 표정과 제스처를 보여줄 수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두뇌를 갖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인간이 가정이나 공장에서 수행하는 일들을 즉시 대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인간이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일은 빈번해지는 반면 인간을 위로하는 반려로봇이나 휴머노이드로봇은 급성장하고 있는 현실이 이채롭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는 기본적 인성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로봇기술 발전보다 더 시급하다. 첨단 로봇 강아지에게도 인간은 연민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미덕을 갖추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아무리 사회가 복잡해진다 해도 로봇에조차 느낄 수 있는 가족애, 이웃 사랑과 같은 근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교육자로서 점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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