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난기류에 빠져드는 전세시장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3 18:59

수정 2024.06.23 18:59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올 하반기 고비를 맞는 임대차2법이 전세시장에 난기류를 몰고 오고 있다. 전세계약 기간을 한번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률 최대 5%룰을 적용한 '전월세상한제'가 2020년 7월에 시행돼 다음달부터 사실상 첫 만기물량들이 시장에 나온다. 당시 하반기에만 서울 아파트의 전세계약 물량은 6만6116가구(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에 달한다. 관건은 전셋값 인상폭이다.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올려 가뜩이나 상승압력이 높아진 아파트 전셋값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폭등론'과 계약기간 분산, 지역편차, 4년 전 대비 낮은 전세가 등으로 미풍에 그칠 것이란 '안정론'이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차2법에 대해 "4년 단위 계약으로 시장 변동 폭이 커졌다"며 "정부와 여당의 스탠스는 폐지"라고 단언해 갑론을박 논쟁에 불을 지폈다. 실제 전세기간 확대에는 장기간 성장통이 따랐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12월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됐다. KB부동산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년제가 처음 시행된 1990년에 23.6%로 뛰어오른 데 이어 1992년 10.2%, 1994년 8.3%, 1996년 9.7%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 22.4% 반락 후 1999년에는 32.5%로 수직급등하는 등 요동쳤다. 30년 만에 전세기간을 확대한 2020년에도 12.3%, 2021년은 11.9% 급등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현재 전세시장 역시 심상치 않다. 우선 4년 전과 비교해 전세사기 빌라포비아로 아파트 쏠림이 심화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월 셋째주에 0.17%나 올라 57주 연속 상승랠리다. 반면 비아파트의 절반가량은 역전세난에 휩싸였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전세 계약된 연립·다세대 9653건(다방 기준) 중 4437건(46%)이 기존 보증금보다 시세가 하락했다. 이 같은 세입자들의 아파트 선호에도 공급은 쪼그라들었다. 올해 서울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1만7574가구(아실 기준)로 지난해 2만4564가구보다 7000가구가량(24.8%) 급감했다. 이마저도 일부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1만2032가구)에 집중돼 강동구를 제외하곤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기존 전세물량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전세물건은 1년 전과 비교해 22.6% 줄었다. 빌라 기피로 아파트 편중이 심화돼 전셋값을 자극하고 있지만, 신규 공급과 전세물건이 동시에 말라붙은 셈이다.

폭등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세 계약기간이 12개월에 걸쳐 분산돼 충격파가 크지 않고,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는 데다 4년 전보다 전셋값이 여전히 10% 이상 낮아 큰 폭의 인상은 쉽지 않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하지만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전셋값 폭주의 도화선이 된다. 최근 전세시장도 뚜렷한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전역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5월 셋째주에 0.1%를 돌파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단기간 오름폭이 커졌다. 전반적으로 4년간 매물 잠김으로 응축된 상승압력이 가을 이사철을 낀 하반기를 기점으로 발산될 우려가 커졌다. 더구나 전셋값 상승은 집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3주 연속 오르막길이다. 임대차2법 시행 4년을 앞두고 안도감보다 불안감이 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기간을 2+2년, 3+1년으로 선택폭을 넓히고 인상률 10% 상향 등 탄력적 운영이 가능토록 개선하는 것도 시장 충격 완화요법이다.
다만 기우를 넘어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된다면 제도를 대폭 손질하든 폐지하든 양단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 부동산시장에는 정부의 가격안정을 위한 과도한 개입이 거꾸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규제의 역설'이 적지 않다.
임대차2법도 예외는 아니다.

winw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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