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지인 차 몰래 운전하다 사고 났는데..대법원 "차주도 책임 있어"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4 10:18

수정 2024.06.24 10:18

대법원 "사고 없었다면 사후 승인 가능성" 원심 파기 환송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인이 자신의 차를 몰래 운행하다 사고를 낸 경우라도 차량 소유주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한 보험사가 차량 소유주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10월 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지인 B씨의 집 근처에 차를 주차한 뒤 함께 술을 마시고 B씨의 집에서 함께 잠들었다.

다음 날 오전 B씨는 A씨가 자는 틈을 타 자동차 열쇠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그는 음주상태에서 A씨의 차를 운전하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사고 피해자의 보험사는 전치 14주 상해에 1억46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A씨와 B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자신이 차를 운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두 사람이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B씨의 운전을 용인했거나,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고 잠에 빠졌을 것으로 짐작되므로, 비록 피고차량이 위 주거지 부근에 주차돼 있었더라도 몰래 차키를 갖고 나가 운전할 것이란 것을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A씨가 B씨의 운전을 사후에 승낙하거나 용인했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평소 차량 관리 상태를 고려해 차량 운행 책임이 차주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차 열쇠의 보관과 관리 상태, 무단운전에 이르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무단운전 이후 사후 승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운행자 책임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와 B씨가 함께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B씨의 집에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데다, A씨의 과실로 B씨가 자동차 열쇠를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A씨가 사건 발생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B씨를 절도, 자동차등 불법사용 혐의로 고소한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만약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B씨의 무단 운행에 대해 A씨가 사후에 승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가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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