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지인이 몰래 차량 운전하다 사고, 소유주도 책임져야" 대법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4 14:26

수정 2024.06.24 14:26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사후 (차량 사용) 승낙했을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지인이 자신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더라도,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사실상 제공했다면 소유주도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한 보험사가 차량 소유주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인 B씨의 집 근처에 차를 주차한 뒤 함께 술을 마신 뒤 B씨 집에서 잤고, B씨는 다음 날 오전 A씨가 자는 틈을 타 자동차 열쇠를 몰래 가지고 나와 운전하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A씨에게 운행자 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을, C씨에게 일반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책임도 인정해 두 사람이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해 A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함께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B씨의 집에서 잘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데다, A씨의 과실로 B씨가 자동차 열쇠를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고 봤다.


A씨가 사건 발생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B씨를 절도, 자동차 등 불법 사용 혐의로 고소한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 판례는 비록 제3자가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더라도 소유자가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 운행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나와 있다.

실질적으로 소유주가 여전히 자동차를 관리·운영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직간접적 이익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차 열쇠의 보관과 관리 상태, 무단운전에 이르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무단운전 이후 사후 승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운행자 책임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B씨의 무단 운행에 대해 A씨가 사후에 승낙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가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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