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씨 사례와 같은 민원성 고소·고발이 늘고 있다. 경찰이 민원성 고소·고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접수 후 각하 제도와 입건유예 등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신통치 않다. 최근 일선 경찰서에 고소장 반려를 자제하도록 지침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현재는 고소장이 접수되면 대부분 입건이 되므로 개인들의 사감정 풀이에 경찰의 업무가 과중돼 중요 수사 적체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사법시스템 통계를 살펴보면 2022년 기준 국내 고소사건 접수 건수는 35만7612건으로, 이중 수사에 착수한 건수는 34만7409건이지만 고소 사건 기소율은 고작 23.6%였다. 10건의 고소가 있으면 송치나 기소가 된 건은 2건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의 ‘고소 남용 현상’은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 봐도 확연하다.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1068명이 고소를 당했다. 같은 시기 일본의 평균치(7.3명)와 비교하면 ‘146배’나 많다. 2018년에는 그 격차가 ‘217배’(한국 1172명, 일본 5.4명)로 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 한국인이 고소·고발을 많이 하는 데에는 ‘나를 불편하게 한 상대’를 향한 분노와 복수의 심리가 고소·고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형사 고소나 고발은 민사소송과 다르게 ‘무료’라는 점도 이러한 문제에 불을 붙인다.
일단 고소가 되면 피고소인은 피의자가 되고 통상 경찰서에 출석해야 한다. 이 경우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경찰서에 출석해야 하므로, 고소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분풀이가 된다.
범죄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를 고소해도 실무상 무고죄로 처벌하지 않는 실무례가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한 몫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소·고발의 남용으로 수사인력이 낭비되고, 수많은 ‘억울한’ 피의자를 양산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소 건을 반려하지 않더라도 ‘내사단계’를 거쳐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 입건하거나 원칙적으로 입건 전 서면 조사를 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단계가 있어야 피의사실 없는 피의자 양산을 막을 수 있고, 수사 적체를 일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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