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속 120㎞에 차선변경 척척… 무인 로보택시, 대륙을 누비다[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4 18:01

수정 2024.06.24 18:01

글로벌 혁신현장을 가다 (4) 중국
자율주행차 글로벌 패권 노리다
‘공항~이좡’ 안정적 대응운전 경험
모니터로 실내온도·음악 선택도
中 전역에 17개 시범구역 운영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 쌓여가
바이두, 1억1000㎞ 운행 경험
포니AI, 도요타 합작 전면 양산
시속 120㎞에 차선변경 척척… 무인 로보택시, 대륙을 누비다[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안전요원이나 운전자가 없는 포니AI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지역을 시속 50~60㎞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승객은 뒷자리에 앉아 모니터 등을 통해 주행과정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안전요원이나 운전자가 없는 포니AI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지역을 시속 50~60㎞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승객은 뒷자리에 앉아 모니터 등을 통해 주행과정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새로운 관문인 다싱공항에서는 무인택시인 로보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안전요원도 없는 완전한 무인·로보택시다.

휴대폰 등 모바일에 설치한 앱을 이용해 차를 부르자 로보택시가 나타났다. 문이 열리고 뒷자리에 앉자(앞자리는 잠겨 있다) 택시에서 인공지능 음성 안내가 나왔다.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 앞 모니터에 출발 버튼을 누르세요"라고. 출발 버튼을 누르자 이좡으로 이어지는 다싱공항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20㎞까지, 이좡 시내 안에서는 최고속도 시속 70㎞로 신나게 달렸다.
차나 사람들이 근접하면 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섰다. 장애물이 멀어지거나 보이지 않자 차는 다시 속도를 냈다. 중국에서 처음 타는 로보택시라 사실 불안했지만 생각보다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 이좡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도착했다. 요금은 무료.

'중국의 구글' 바이두와 샤오마 즈싱(포니AI) 등의 자율주행 개발업체들이 이 구간을 자율주행 시범구간으로 정하고 로보택시를 무료로 운행 중이다.

그러나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이좡 내에서 로보택시는 유료다. 바이두와 포니AI 등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서울 약 3분의 1 넓이인 이좡(면적 225㎢)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완전 무인택시, 로보택시의 유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중국 전역 17개 자율주행 시범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의 자율주행 시범구에서 무인택시의 유료서비스가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지리정보와 운행경험 등 방대한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다.

바이두 한 회사만도 1억1000㎞를 넘는 자율주행 운행 거리가 쌓였다. 372만시간의 자율주행 운행, 승차 횟수 600만회의 기록도 축적했다. 바이두는 상하이, 광저우, 우한, 충칭, 허페이, 청두, 창샤, 선전, 양촨, 자싱 등 12곳에서 안전요원도 타지 않는 로보택시의 유료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바이두의 베이징 로보택시의 거점인 이좡 '바이두 아폴로 파크'. 23일 현장을 찾으니 해설원 랑즈헌과 국제미디어 담당 류란뤄 전문위원이 기자를 맞았다. 이들의 설명을 들으니 바이두가 올해를 자율주행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이두는 후베이성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업 서비스를 대폭 넓히고, 자율주행차의 양산에 박차를 시작했다.

바이두는 베이징에서만 무인택시 200대의 상업 서비스를 진행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1000대의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운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자율주행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이두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로보택시인 '로보콰이파오'(질주하는 로보택시란 뜻)의 시승 동안에 좌회전, 차선 바꿈, 급정거 등을 경험하며 이좡 경제개발구 안을 최대 시속 69㎞의 속도로 달렸다. 뒤 차가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급정거도 경험했지만, 노련한 운전자 못지않게 안정감 있는 대응운전이 이뤄졌다.

스스로 움직이는 차 뒷자리에 앉아 차량 핸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모니터에 거리 표시도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 차량 모니터를 통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이나 실내온도도 선택할 수 있었다.

바이두 그룹 부사장 겸 지능형 운전그룹 회장인 왕윤펑은 "지난 10년의 노력 끝에 바이두의 자율주행은 인간 운전보다 안전하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1억1000㎞를 넘는 자율주행 운행거리를 확보하는 동안 인명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소소한 추돌 등이 있기는 했지만 사고율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한 차량의 14분의 1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2013년부터 자율주행에 회사 미래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액만도 1000억위안(약 18조8620억원)에 달한다. 2017년 아폴로란 이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선보였고, 2019년 9월 후난성 창사 자율주행 시범지역에서 상업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곳과 달리 우한에서 바이두는 본격적인 도심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운영 면적이 서울 면적(605.2㎢)의 6배에 달하는 3000㎢. 인구 770만명이 서비스 대상이다. 우한에서만 300대 이상의 자율주행 택시가 운영됐고, 그 가운데 완전 무인택시만도 100대가 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평가를 들으면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이좡교 전철역에서 만난 대학생 마루이거는 "로보택시를 타 봤는데, 너무 느려서 그다음부터는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그의 친구 두쓰이는 "불안한 마음에 아직 이용하지 않고 있지만, 로보택시가 일반화될 것이란 이야기는 듣고 있다"고 대답했다.

"로보택시가 조금 느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포니AI의 리청쉐 매니저는 "시내에서 시속 70㎞·다싱공항고속도로에서 120㎞ 이하로 운행하는 등 베이징시의 각종 규정을 지키는 데 드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일반택시보다 15분가량 더 걸렸다.

2023년 3월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동시에 완전 무인택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포니AI도 상하이, 선전 등 4곳에서 자율주행 모빌리티 상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3100만㎞의 주행거리를 쌓았다"고 리 매니저가 설명했다. 안전요원이 타지 않은 완전 무인화 주행거리는 300만㎞였다.


포니AI는 지난 4월 광저우 도요타 등과 합작회사를 세워 자율주행 차량의 전면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바이두, 포니AI 할 것 없이 중국은 이미 전역에서 자율주행의 양산 체제와 본격적인 유료 상업 서비스 체제에 돌입해 있었다.
포니AI는 도요타자동차의 사이나 모델을, 바이두는 베이징자동차의 아크폭스를 자율주행차로 이용하고 있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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