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메가시티가 실패하는 이유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4 18:23

수정 2024.06.24 18:23

김태경 전국부 선임기자
김태경 전국부 선임기자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내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위기의식은 심해지고 있다.

행정환경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방행정 체제가 민선자치 30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탓이 크다. 날로 변화하는 행정환경과 행정체제 간 괴리가 심각해 미래 사회 발전에 대한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경쟁력 저하, 주민 불편·혼란 증가, 지역 간 갈등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해소할 중앙정부의 마스터플랜이 아직 걸음마 단계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당 국가적 차원의 행정체제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지역 간, 세대 간 이해관계가 달라 통합적 방안을 수립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인구감소로 인한 자치단체 존폐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기업의 수도권 이전 등으로 인해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이 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행안부 고시에 의한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 중 85개(95.5%)가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비수도권 자치단체는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인구 20만명을 기준으로 소도시와 대도시 간 인구격차가 심화돼 소도시 인구 감소 및 대도시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행정체제 개편이 시급한 이유다.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8개 도, 1개 특별자치도, 1개 특별자치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이처럼 행정구역 단위로 나누어 바라보아서는 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민들은 교통망을 따라 도(道)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고, 산업도 도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예전 지역 경계에 맞춰 생활방식을 고집하거나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최근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인과 관료들은 기존 이해관계에 따라 행정구역 단위로만 도시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책이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도시인문학자로 불리는 김시덕 박사가 저술한 '한국 도시의 미래'라는 이 책은 앞으로 한국 도시는 3대 메가시티와 몇 개의 소권역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자신이 선출된 영역인 지방자치단체를 면적(面的)으로 망라해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기계적으로 결합하려 하지만 시민들은 자기 지역의 농산어촌보다 다른 지역의 도시를 생활권으로 여기며 살아간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에게 표를 주는 주민이 사는 면적 단위를 기준으로 메가시티를 생각하니 결과적으로 도시를 위한 것도, 농산어촌을 위한 것도 아닌 애매한 정책을 만들다가 메가시티 구상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진단한다.

지역 간 인구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더 이상 정주인구를 기준으로 행정수요를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별 정체성과 행정구역 간 경계의 의미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행정업무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주민이 관공서에 방문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이미 민원 업무의 절반 이상은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정책들도 여기에 보조를 맞춰 발전하고 있지만 행정체제만큼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행정구역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기도 이전에 설정된 것을 기본으로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개편만 이뤄져 왔다.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 보장 및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행정체제 재설계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농경사회일 때 분절적으로 획정한 행정구역이 지금도 적절한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방행정과 재정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인구, 디지털, 지역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ktit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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