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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로컬들 “지정제 절대평가 불리” 토로에 금감원 ‘검토’ [fn마켓워치]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1 10:12

수정 2024.07.01 10:12

상장사 등록 감사인 간담회서 불만 나와
중소·중견회계법인들 “빅4에 절대 유리”
“상향 재지정은 뚫어놓고 하향은 막아둬”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중소·중견 회계법인들이 금융당국의 감사인 지정 시 점수 평가를 법인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빅4’와 동일 기준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상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상대적 평가 방안을 고려해보겠다는 답을 내놨다.

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주최로 열린 ‘감사품질 제고를 위한 상장사 등록 감사인 간담회’에서 이른바 로컬회계법인 대표들은 금감원이 회계법인 감리 시 ‘가~라군’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점수를 매겨 감사인 지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력과 소속 회계사 경력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감사인 점수가 100점인 반면 어느 중소회계법인 점수는 10점이라고 할 때, 감리에서 미흡 사항이 나와 똑같이 5점씩 감점을 받아도 영향을 받는 정도가 상이하단 뜻이다.
단순 뺄셈으로 계산을 했을 때 전자는 5%만 깎이지만, 후자는 절반이 날아가는 결과를 맞는다.

이는 결국 지정받는 고객(회사) 수 감소로 이어져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에 이날 윤정숙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도 “비율로 따지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가 감사품질 제고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로컬들이 커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하기보다 설립 초기에 나타나는 문서화 미흡 등을 이유로 지속 벌점을 줘 지정 제외를 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선 징계 수위 감경이나 조치 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금융위가 감사인 하향 재지정을 제한한 데 따른 부작용도 공유됐다. 하향 재지정은 기업이 현재 지정받은 회계법인 대신 그보다 ‘아래 군’에 속한 곳으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인데, 금융위가 지난 2022년 7월 중견회계법인 쏠림을 이유로 이를 막았다.

당시 금융위 논리는 피감 기업들이 강도 높은 감사를 회피하기 위해 이를 악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로컬법인들이 맡을 기업들이 점점 말라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됐다는 게 이들 판단이다.

이와 함께 그해 빅4가 맡을 수 있는 상장사 자산규모 범위를 기존 5조원 이상에서 2조원 이상으로 낮추고, 동시에 ‘나군’ 이하는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지정해주지 않도록 해둔 데 따른 불만도 나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자유 선임으로 2조원 이상 상장사를 이미 수임하고 있는데, 지정 때는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니까 기업들로부터 (감사 능력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지정되는 상장사가 줄어 경영상 타격이 있는 법인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감사인 지정제는 ‘주기적 지정’과 ‘직권 지정’으로 나뉜다. 전자는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 감사인을 자유선임했다면 다음 3개 사업연도 감사인은 증선위에서 지정해주는 제도다.
후자는 증선위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조치, 선임기한 내 감사인 미선임 등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때 실시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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