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北과 거리 두나? "김정은 방러는 조건 맞아야"

러시아 외무 차관, 김정은 방러 시점에 대해 "필요한 조건 맞아야"
이달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대해서도 "韓 겨냥한 것 아냐"
美 등에 대한 경고 차원 "동북아 정세 악화할 의도 없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수석에 태운 채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를 운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 차관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시기에 대해 “모든 필요한 조건이 맞으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동시에 이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및 협력 약속에 대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루덴코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나는 이러한 방문에 필요한 조건이 들어맞고, 방문 단계에서 서명이 필요한 서류를 위한 기반이 진전되면 바로 방문이 성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특정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에는 당사국 가운데 한쪽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푸틴은 김정은에게 "모스크바에 답방하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난다면 4번째 만남이다. 푸틴은 지난 2000년 방북 당시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방문을 제안했으며 김정일은 약 1년 뒤에 모스크바를 찾았다.

2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푸틴은 방북 이후에도 감사 전문을 보내 김정은의 답방을 언급했다. 푸틴은 김정은에게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푸틴은 모스크바 답방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북한과 협력 강도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19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동맹 관계에 올랐다”고 주장했으나 푸틴은 “동맹”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20일 북한 혼자 공개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조문에도 양국이 무력 침공을 받는 경우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 및 러시아 법에 준하여 지원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푸틴은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과 맺은 협정에 대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조약상 군사적 원조는 오직 침공,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알기론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이런 분야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루덴코 역시 스푸트니크를 통해 이번 협정이 “한반도와 역내 전체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길 기대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한국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어려운 상황의 동북아 정세를 악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루덴코는 미국의 군사력 증강 정책으로 동북아의 긴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든 정책의 주요 목표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는 것이다”라며 “미국인들은 지금의 긴장을 이용해 동맹국 영토에 기지와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e-mail]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