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인력에 위험업무 전가" 지적
안전교육·사고대책 등 미흡 의혹
경찰, 아리셀 대표 등 5명 입건
"리튬 위험성 대비 못한 '인재'"
금속화재 매뉴얼 마련 지적도
안전교육·사고대책 등 미흡 의혹
경찰, 아리셀 대표 등 5명 입건
"리튬 위험성 대비 못한 '인재'"
금속화재 매뉴얼 마련 지적도
더불어 논란이 된 금속화재 대응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소방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금속화재는 리튬과 같은 가연성 금속이 연소하는 화재로, D급 화재로 불린다. 이번 화재 이후 관련 법령에 금속화재가 따로 정의되지 않는 등 대책 미흡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단일 산재사고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외국인 사망자 수다. 일부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여서 신원파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입구 쪽에는 배터리가 적재돼 있었고, 이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전 안전교육이나 화재대응 계획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규칙에 따라 출입구를 제외한 다른 비상구도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출입구 부근에서 불이 났는데, 사망자들은 그 반대편 안쪽에서 발견됐다"며 "비상구 쪽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반대편 쪽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변을 당한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고는 모회사가 수익성이 적은 사업을 '위험의 외주화'를 만들고, 그 자회사(공장)가 최대한 값싼 외국인 인력을 쓰면서 '위험의 이주화' 성격을 띤다"며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겠지만, 안전 설비나 점검·계획·대책 모두 미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화마 키운 '금속화재'
금속화재에 대한 예방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금속화재는 소방법상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소화기 개발조차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소방청 고시인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상 화재 종류에는 일반화재(A급화재), 유류화재(B급화재), 전기화재(C급화재), 주방화재(K급화재) 등이 정의돼 있지만 배터리 등의 재료에 해당하는 '금속화재'는 정의돼 있지 않다.
소방당국은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다. 화재안전기준이 개정되면 앞으로 지어지는 건물에 해당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 종류와 설치방법 등이 반영된다. 또 소방청은 D급 소화기 기준도 마련 중이다. 그동안 정부 규격 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시장에서 유통되는 D급 소화기에 대한 품질검증이 미흡한 상황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추가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 내 '금속화재 대응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은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위험물로 분류돼 관리돼야 한다"며 "관련 소화기 개발을 서두르고 금속화재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아리셀 대표 등 5명 입건
경찰도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사고수사본부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입건 대상자의 직책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박 대표를 비롯해 본부장급 인사와 안전분야 담당자, 인력공급업체 관계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형사입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입건자 5명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한편 박씨에 대해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강명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