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평가는 언론의 많은 관심과 인용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도 분명하다. 국가경쟁력 평가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IMD와 2020년 이후로 발표가 중단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모두 설문조사에 대한 의존성이 크다. 설문조사는 그 특성상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가 있다. 특히 제도 경쟁력의 경우 제도의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그 본질적 경쟁력이 1년 사이에 크게 변화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설문조사의 경우 특정 제도의 본질적 경쟁력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슈를 계기로 설문상으로는 큰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번 IMD 발표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보건인프라 평가가 그 예이다. 지난 평가에서 14위였던 보건인프라 경쟁력이 이번에는 27위로 크게 하락했는데 의사 파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또한 몇몇 연구에 따르면 국가경쟁력 평가와 경제성장률 간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 국가경쟁력 순위 변화를 통해 미래의 경제성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 평가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해 보면 한 국가의 국가경쟁력에 있어 장단점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인프라 경쟁력은 항상 제도 경쟁력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이는 과거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IMD 조사에서도 전체 순위 20위에 비해 인프라 경쟁력은 11위(전년 대비 5단계 상승)로 높게 평가되었다. 특히 인프라 중 과학 인프라는 수년 동안 줄곧 세계 3위 내로 평가되어 왔다. 반면 이 인프라를 운용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제도 경쟁력은 그동안 국가 전체 순위를 항상 밑돌았다. 이번 평가에서도 제도 경쟁력 중 핵심인 정부 효율성은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39위)해 사실상 변화가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우리나라가 인프라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프라 경쟁력을 갖추었지만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제도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제도는 장기간에 걸친 정책적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정책적 선택은 여러 단계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도 경쟁력이 낮다는 것은 곧 정치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선택을 할 정치권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국가경쟁력 평가요소에 정치 경쟁력을 포함한다면, 단언컨대 우리나라 정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 순위보다 한참 낮은 수준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국회 활동을 보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제대로 이루어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 20위권대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세계 10위권대 경제 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을 보유한 한국 경제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향후 국가경쟁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정치 경쟁력 제고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치권의 각성이 절실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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