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외국인에 국채투자용 '마이너스 통장' 허용… 9월 세계국채지수 편입 기대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6 18:17

수정 2024.06.26 18:17

국채시장 사실상 전면개방
유동성 확대로 시장 안정 전망
외국인에 국채투자용 '마이너스 통장' 허용… 9월 세계국채지수 편입 기대
정부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통합계좌 대상으로 원화거래 특례가 시행된다. 블랙록 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로클리어 등 ICSD를 이용하면 환전 없이 국내 국고채, 통화안정증권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일시적 원화차입(오버드래프트)를 허용한 이후 추가 규제 완화이다. 국채시장 규제완화가 완결된 것이다. 오는 9월 WGBI 편입을 위한 선제적 조치들로 분석된다.
다만 국채 시장을 사실상 전면개방하면서 글로벌 시장 불안이 가중될 때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도 제기된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가 27일 개통된다.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은 대표적인 ICSD들이다. 지난해 말 현재 수탁증권은 각각 37조7000억 유로, 18조 유로다. 이로써 한국 국채·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예탁·결제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ICSD를 통한 오버드래프트도 허용했다. 지난 3월 국내 은행을 통한 원화 차입을 허용한 데 이은 추가 완화다. 오버드래프트는 쉽게 말해 외국인투자자에게 원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준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비거주자)에게 원화를 빌려주는 것은 금융시장 개방정도가 높고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위기 때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 채권시장은 외환시장과 연결돼 있어 마이너스 한도까지 국채 등을 샀다가 갑자기 팔고 나가면 자본 유출, 환율 급등이 동반하는 금융시장 혼란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버드래프트 허용은) 최후의 규제를 푼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처럼 외국인의 원화거래 제약을 대폭 완화한 것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WGBI 편입을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지난 3월에 편입에 실패했다. 시장접근성에서 점수가 부족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었다. 당시 FTSE 러셀이 "한국 정부는 국제 투자자들의 국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한 게 방증이다.

정부는 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구축 추진, 외국 금융기관(RFI)의 한국시장 참여 허용, 외환시장 제도개선 등을 이번에 시행하면 9월 편입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WGBI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 달러(3300조원대)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이들 외국계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기재부 곽상현 국채과장은 "투자 편의성이 매우 증가하고 이는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는데 결국 이는 외국인 투자건 국내투자건 적정가격에 사고자 할 때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어 국채시장을 활발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며 "WGBI 편입을 위한 큰 도약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국채·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예탁·결제 서비스 본격 시행으로 역외시장 등에서 외국인 거래가 늘어 유동성이 커지고 국채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는 유동성 확대로 오히려 변동성이 작아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거래 모니터링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