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통일부가 27일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중국 등 제3국에 체류하다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담았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서도 강제북송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경고를 내놓는 것과 함께 북한을 비호하는 중러에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사산 강제에 이르는 강제북송 탈북민 참상 고발
보고서는 국내 거주 탈북민 508명 진술에 지난 2023년 수집한 141명의 증언까지 더해져 강제북송 탈북민들의 참상을 드러냈다. 정부는 “강제북송된 주민들에 대한 고문과 가혹 행위, 강제노동, 현지 공개재판, 차별과 감시 등이 있다”고 밝혔다.
북송 수감자들은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폭행을 당했다. 2013년 북송돼 신의주 보위부에 구금됐던 여성은 보위부 비서가 자신은 물론 다른 수감자들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2017년 북송된 여성은 집결소에서 허락 없이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수십차례 가격 당했다. 중국인 남성의 아이를 가졌던 여성은 북송된 후 강제낙태를 당했다. 강제로 주사를 놔 사산아를 낳고 스스로 아이를 지웠다는 확인 도장을 찍도록 강요당했다.
2009년 북송된 여성은 한국행 시도나 한국 방송 시청, 기독교 접촉 등 ‘반체제 행위’를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고문을 당했다. 반체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구타를 당하는 식이다. 2011년 북송된 여성은 실제 한국행을 시도한 행적이 드러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수용소에선 광산이나 농장에서 강제노동에 처해지고 내부에서 수시로 처형이 이뤄진다고 한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노예처럼 무리하게 일하도록 강제하고, 외부 정보 접촉을 막기 위해 수많은 통제를 가했다. 여권 회수와 외출 금지,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이다. 이를 어기면 북송된다. 2018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노동자는 스마트폰으로 우리나라 드라마·영화, 유튜브 시청을 이유로 북송되는 동료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中 강제북송 고발·우크라 무기지원 검토..北 비호 중러 압박
중국은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제기에도 강제북송을 시행하고 현재도 상당수 탈북민들을 북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3일부터 방중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서도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방중한 후 같은 달 30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북한인권 국제포럼에 참석해 “북한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부인하고 있다. 북한은 밖에서도 인권침해를 자행해왔다”며 “강제북송될 경우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를 받게 된다. 탈북민들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북한의 인권과 안보위협 문제와 관련해 이를 비호하는 중러를 서슴없이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무기와 정제유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선사와 선박들에 독자제재를 가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 무기지원 재검토 입장을 밝혀 강경대응하고 있다.
문제의 북한에 대해서도 7년 만에 연평·백령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했고, 27~29일 한미일 첫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도 참가하는 훈련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장관이 승함해 북중러 모두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오는 8월에는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행되는데, 한미 핵협의그룹(NCG) 논의에 따라 북핵 사용을 가정한 핵작전이 처음으로 포함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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