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퍼스트페이스 공동대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대한민국 등 5개국 특허청장이 지난 6월 18일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주최한 제14회 '국제지식재산보호 컨퍼런스'의 특별대담에 참석해 개진한 의견을 종합해보면, 발명가가 자기 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기 위하여 첫 번째 넘어야 할 관문은 '신규성 요건'입니다. 미국법의 신규성 요건은 '청구항에 기재한 발명이 단일의 선행기술에 의해 개시되었는가'입니다. 만일 청구발명이 단일의 선행기술에 의하여 개시됐다면, 청구발명은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한, 신규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발명입니다. 따라서 출원특허의 청구항은 거절되고, 등록특허의 청구항은 무효가 됩니다. 그 만큼 선행기술은 신규성 판단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자료는 신규성 판단 시 선행기술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가령, 6월 30일 특허를 출원한 경우, 그때까지 인류 역사상 모든 자료를 습득한 인공지능이 작성한 자료를, 발명에 대한 선행기술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캐시 비달 미국 특허청장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만일 이를 인정한다면 수많은 발명가의 발명이 신규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특허로 등록되지 못할 것입니다.
'신규성 요건'을 만족한 발명가는 '진보성 요건'도 극복해야 합니다. 미국법에 의하면, 청구항에 기재한 발명이 신규성 요건을 만족해도. 청구발명과 하나의 선행기술 또는 다수의 선행기술의 조합과의 차이가 출원 당시 관련 분야의 통상 지식을 가진 '당업자'에게 자명"하다면, 청구발명은 진보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특허를 받지 못합니다.
미국 판례상 당업자는 뇌세포가 5~10개 정도인 가상의 인물입니다. 즉 당업자는 자신의 분야의 선행기술을 모두 알고는 있지만 이들을 조합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선행기술이 다른 선행기술과 조합 가능하다는 TSM(즉 teaching, suggestion 또는 motivation)을 제공하거나, 또는 선행기술에 입각한 상식상 조합이 가능하면, 당업자는 다수의 선행기술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다수의 정보를 조합하듯, 다수의 선행기술을 조합한다면, '이 조합을 청구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하마노 코이치 일본 특허청장의 질문이었습니다. 만일 법원이 이를 인정한다면 수많은 발명가의 발명이 진보성 요건 불만족으로 특허로 등록되지 못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비달 미국 특허청장은 '현재 또는 미래의 인공지능 그 자체가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이 될 수 있을까'라는 도전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특허제도는 발명을 재산으로 변환시키는 '트랜스포머' 제도입니다. 인공지능 선두 주자인 미국이 자국에서 인공지능 자체를 특허로 등록시킬 경우, 미국은 엄청난 부의 증가라는 이득을 취할 수 있으며, 후발주자들은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인공지능 발명의 특허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각국 법원의 몫이란 것 입니다. 일례로 1990년대말까지 상업적 방법에 대한 발명(BM 발명)은 특허 받을 수 없는 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미국이 선도하게 되자, 클린턴 행정부는 사법부와 함께 BM 발명에 특허를 부여하기 시작하였고, 미국 특허청은 BM 발명에 대한 심사 기준을 공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0여 차례 이상 개정안도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부분 상업적 방법 특허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추후 법원이 위의 의견들을 준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이를 미리 인지하고 준비한 발명가, 기업 및 국가는 커다란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허법원 판사들의 입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각국 특허청뿐만 아니라 특허법원으로까지 AI와 관련한 지식재산권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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