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심리지수 양극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와 기업의 인식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상승세 둔화와 수출 호조에 힘입어 국내 소비자들이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내수까지 온기가 퍼지지 않으면서 중소기업 등 대다수 기업이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향후 전통 제조업의 침체와 중소기업의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 향후 당분간 소비자·기업심리의 인식 격차는 유지될 전망이다.
6월 3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2.5p 상승한 100.9로 집계됐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으로, 올해 CCSI는 5월(98.4)을 제외하고 전부 기준치를 넘겼다. 반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산출한 기업심리지수(CBSI)는 이달 95.7에 그쳤다. CBSI가 100을 밑돌 경우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심리가 과거(2003년∼전년 12월)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뜻한다. CBSI는 지난 2월(87.8)부터 4개월 연속 개선됐으나 2022년 9월(101.2)을 끝으로 21개월째 100을 하회하며 비관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의 양극화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가 97.3에서 올해 2월까지 101.9로 높아지는 동안 기업심리는 90.1에서 87.8로 떨어졌다. 2월 이후에도 여전히 CCSI와 CBSI의 격차는 5~11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지난해는 중소기업의 경기가 더 좋을 정도로 철강 등 대기업이 굉장히 좋지 않았고,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의 경우 거의 최저 레벨이 내려갔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좋아지고 있는 IT도 기저효과가 있는 수치라 완전히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기업 간 경제심리지수의 격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철강·석유화학 업종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제조업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황 팀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대기업과 수출기업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내수부진이 어떤 속도로 회복될지가 관건"이라며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도 남아있어 기업심리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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