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일객 소비 연 7조엔 돌파
반도체·철강 수출액 크게 웃돌아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인해 일본의 관광 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을 방문, 관광이 일본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로 떠올랐다.
반도체·철강 수출액 크게 웃돌아
6월 30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연간 소비액은 지난 10년 동안 5배 증가해 7조2000억엔(약 61조828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일객 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인 2019년 10∼12월 연 환산 4조6000억엔 규모였으나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나 올해 들어 처음 연 7조엔 고지를 돌파했다.
올해 일본 방문객 소비액 연 환산치는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17조3000억엔)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2위인 반도체 등 전자부품(5조5000억엔)과 3위 철강(4조5000억엔)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4·4분기 주요국의 인바운드(관광객) 소비액에서도 일본은 2019년 동기 대비 38.8% 증가해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스페인(30.7%), 3위는 이탈리아(16.5%) 순이었다.
올 들어 일본을 방문한 월 관광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3개월 연속 유지, 일본 관광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인당 소비 단가도 2019년에 비해 2023년 31% 늘었다. 평균 숙박일수도 6.2박에서 6.9박으로 길어졌다.
이 같은 성장은 엔저로 인해 저렴해진 일본이 관광객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여행지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더 많은 물품을 구매하고, 고급 숙박 시설을 이용하며, 명품 쇼핑을 즐기는 등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의 숙박과 식사를 선호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제는 일본에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2019년에 100만엔 이상을 지출한 부유층은 방일객의 약 1%에 불과하지만 지출액은 약 6700억엔으로 약 14%를 차지했다. 일본의 관광 산업이 단순한 관광지 방문을 넘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엔·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0.58엔으로 2019년 평균(1달러=108.98엔)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30%가량 떨어졌다. 이날 현재 엔·달러 환율도 달러당 160.94엔까지 하락하며 여름 휴가철 '값 싼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이후 방일객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 정부는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을 방문을 권장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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