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부채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뎁(Debt)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0%에 달하는 저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부채를 키웠고, 시장의 거품을 만들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한창이던 2년 전 겨울 자본시장업계 한 권위자는 뎁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 중 한사람은 "뎁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 유수 대학의 보고서를 통해 퍼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물가 하락)은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플레이션에서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과정은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 전망이 쏟아지던 1929년 1월에서 주식 폭락이 시작됐던 9월까지의 간극은 8개월에 불과했다. 10년간 이어진 대공황이란 큰 위기가 닥쳐오는 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주가 상승 이야기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골칫덩이로 여기던 세계가 이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BCA리서치는 최근 미국 경제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놨다. 침체가 오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7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은 자국 대형 은행들의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31개 대형 은행이 극심한 문제 상황에 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준은 은행들이 실업률 10%로 상승, 상업용 부동산 가치 40% 급락, 주가 55% 하락, 주택 가격 36% 하락 등의 시험 여건에서도 기업·개인 대출을 계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대형 은행, 증권사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궁금하다. 부동산 대출채권, 회사채 등을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에 대거 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 증권사 등은 안전할까.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까지 보증을 제공한 신용보증기금의 건전성 또한 우려스럽다. 우리 기업들은 '보증'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현재로서 중요한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리스크 점검'이다. 장밋빛 미래는 현실의 객관적 점검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시장에서 거품이 있는 자산군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비우량 기업들의 거품 시총과 펌핑된 부동산 시장 등이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