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초1 딸 학교 보내고 출근" "최대 5년 육아 집중" 은행권 '저출생 문제해결' 나선다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14:42

수정 2024.07.02 14:42

저출생 문제해결 임직원 복지 및 사회공헌 프로젝트 확대
국민銀 최장 5년 육아 집중 '재채용 보장제' 운영
신한銀 1일 4시간만 일하는 '맘 편한'제도 시행
하나銀 출산장려 노사TF 통해 난임직원 지원
우리銀 예비 엄마에게 축하금 50억 지원
'좋은 일자리' 은행권부터 저출생 문제 해결

지난 3월 4일 오전 늘봄학교가 시행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4.3.4/뉴스1 /
지난 3월 4일 오전 늘봄학교가 시행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4.3.4/뉴스1 /
#.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신한은행 직원 이모씨는 3월과 4월 오전 8시 30분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오전 10시 은행에 출근했다. 신한은행이 자녀 학교생활 지원과 업무의 양립을 위해 상반기 중 두 달을 선택해 오전 10시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덕분이다.

#. 맞벌이 부부인 우리은행 직원 최모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을 신청할 생각이다.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이 2개월 밖에 안 남아 걱정이 있었는데 최장 2년 6개월까지 아이 돌봄에 집중한 후 퇴직 전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아 은행에 돌아갈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뉴스]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해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저출생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은행들은 자녀에 대한 지원금 확대 뿐 아니라 육아퇴직 제도, 어린이집 건립 지원, 다자녀 가구에 우대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 등을 통해 다각도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육아 먼저" 재채용 조건 퇴직·1일 4시간 근무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임직원 복지를 넘어 우리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저출생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7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이 제도는 육아휴직 2년을 모두 사용한 직원에게 재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최장 3년까지 육아에 집중한 후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복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입행 후 3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 중 자녀가 만 7세 이하인 경우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신청 결과 34명의 여직원이 신청해 지난달 말 의원퇴직 처리가 됐다. 2년 6개월 안에 재채용을 신청하면 신규 경력직원으로 이전 인사평가이력 및 연수이력 등을 인정받아 은행에 복귀할 수 있다.

은행들은 육아를 하는 임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여주면서 육아와 업무 병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경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운영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대상 범위를 넓혔다.

신한은행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1일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맘 편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2년 이후 1년 간 맘 편한 제도를 통해 육아에 신경을 더 쓸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3~6월 중 두 달을 선택해 10시 출근을 허용하는 제도도 실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제도를 쓰는 문화가 보편적으로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난임 지원·출산지원금 대폭 인상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직원을 위한 제도도 은행들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 노사는 지난 임단협 때 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사무직 출산 장려를 위한 노사공동TF'를 설치하고 난임직원을 위한 지원에 합의했다.

신한은행은 1년 난임 휴직, 인공수정 및 시험관 시술 시 3일 난임 휴가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난임 치료비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시중은행들은 자녀 출산 지원금·장려금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첫째 자녀에 1000만원, 둘째 자녀에 1500만원, 셋째에는 2000만원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당초 120만원이던 자녀 출산 지원금을 둘째 자녀 200만원, 셋째 자녀 300만원 등으로 높였다.

어린이집 건립과 대여주택 등의 제도를 통해 돌봄과 주거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전국에 100개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문화 장려를 위해 결혼식장 무료대관 사업도 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사는 지난 5월말 서울과 경기권 대여주택 임차한도를 최대 4억원까지 높이는 데 합의했다. 3억원에 1자녀일 경우 3000만원, 3자녀일 경우 1억원을 추가 지원해 주거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삼성화재 '우리함께 엄마준비 안심보장보험' 및 '임산부아기보험 우리은행 플랜'에 가입하는 예비 엄마들에게 임신 축하금 총 50억원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을 거래하는 고객이 올해 태어난 자녀 이름으로 우리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면 축하금 5만원을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올 3·4분기 출산 정책을 위한 대고객 상품을 낼 예정이다. 결혼·임신·출산·2자녀 이상에 우대금리 헤택을 주는 패밀리 상생적금에 이어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상생 상품이다.

은행들이 저출생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안정적인 일터'로서 상징성이 있는 금융권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차원이다. 더 나아가 저출생 문제는 전산업과 은행권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은행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상업은행들이 리테일(개인고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구 소멸은 은행의 수익성 저하로도 연결된다"라며 "미래 전략 측면에서도 은행이 저출생 문제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