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대통령실

국회에 시달리는 대통령실..“정부로서 중심 잡을 것”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2 06:00

수정 2024.07.02 11:41

용산, 정무장관·협의체로 소통하려는데
野, 운영위·대정부질문으로 총공세 나서
대표 연임·사법부 압박 등 '李 방탄'까지
"그럼에도 손 내미는 건 정부로서 부적절"
김기현 논란·한동훈 갈등 등 겪은 용산
함구령 내렸지만..당권주자 거론은 못 막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이 여야 모두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은 물론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논란까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소재 삼아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민생 현안에만 집중한다는 기조를 지키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도 넘은 野공세에..용산 "아쉽다고 손 내밀 수 없어"

1일 열린 22대 국회 첫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채상병 의혹을 둘러싼 공방 위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갖은 유도질문에 함구하거나 반박했다. 2일부터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채상병 의혹은 물론 윤석열 정권 내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의 여사의 디올백 수수를 비롯한 갖은 논란이 소재가 될 전망이다. 최근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김 전 의장 회고록에 담긴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도 야당의 공세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곤혹스러운 이유는 대야소통 강화가 기본적인 기조라서다. 지난 4월 29일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대통령실은 여야정협의체를 비롯해 야당과의 소통 확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일 국회와 정부 간 원활한 소통 강화를 위한 정무장관을 신설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조만간 단행될 개각과 오는 11월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고려하면 정부가 아쉬운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당의 도 넘은 공세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상황에선 섣불리 소통에 나서기 어렵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야당이 정부·여당 비난이 목적인 것 같은 행보를 보이며 대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를 대표한다는 우리가 먼저 야당에 손을 내미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 부적절하다. 예산과 법안 통과가 아쉽더라도 정부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서 ‘부적절하다’는 표현이 나온 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논란과 관련해서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맞설 수 있도록 당 대표 연임을 가능케 하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부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손을 잡는 건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잠시 휴정 뒤 개의하자 참석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전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잠시 휴정 뒤 개의하자 참석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전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이용하는 與당권주자들..용산 "영향 끼치지 않을 것"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을 난감하게 하긴 마찬가지다. 오는 23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저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하고 있어서다. 가장 앞서 있는 한동훈 후보를 향해 윤 대통령과 대립할 것이라는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단절됐다는 뜻의 ‘절윤’이라는 신조어마저 나왔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원희룡 후보는 자신이 현 정권을 만들어냈다며 ‘창윤’을 자처했다.

대통령실은 김기현 대표가 당선됐던 전당대회에서의 특정 후보 지원 논란, 총선 과정에서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부딪혔던 경험 때문에 당무개입을 일체 하지 않겠다는 기조이다.

그럼에도 당권주자들이 윤 대통령을 거론하며 이용하는 걸 막을 순 없어 곤란해 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전당대회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나오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 대표 후보들이 윤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는 정말 입장이 없고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발언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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