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모 KB자산운용 상무
전자를 실현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아서다. 운용사도 기업인 만큼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에 도전한 곳이 있다. KB자산운용이 그 주인공이다.
장순모 KB운용 상품마케팅전략본부장(상무·사진)은 1일 "운용사들이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할 때 대부분 시황이나 자금 흐름 등에 기댄다"며 "하지만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고객이 어떤 계층이고, 어떤 수요에 따른 선택인지, 어떤 경로로 유입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시장 전망이나 펀드 플로우만 따라가는 것은 후행적이고, 고객보다 운용사를 위한 상품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공모펀드는 통상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통해 고객에게 접촉하기 때문에 운용사가 직접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데 제약이 있다. 이에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운용사는 드물다.
KB운용은 KB금융그룹 내 5개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협업으로 이를 해소했다.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등에서 넘어오는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다. 장 본부장은 "휴대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식별정보를 배제하고, 성별이나 연령, 가입지점 등 통계 가치가 있는 데이터만 받는 방식으로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상품마케팅전략본부'를 맡고 있다. 본래 명칭은 '상품전략본부'였으나 올해 1월 김영성 대표가 취임한 이후 '마케팅'이 추가됐다.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라 고객 분석을 기반으로 '핀셋 마케팅'에 역점을 두겠다는 실체적 변화 의지가 반영됐다. 그 아래에 있는 '고객분석마케팅실'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통계 전공자를 포함해 은행·증권·보험·선물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들(3명)로 구성됐다. 공모펀드 중심이지만 상장지수펀드(ETF)도 분석 대상이다. 지난 4월 약 16만계좌에 대한 분석작업을 마쳐 담당부서로 넘겼다.
연금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한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경우 특별한 결과물을 도출했다. 'TDF 맵(Map)'이다. 어떤 운용사 상품이 많이 판매됐는 지가 아니라 전국을 시·도, 구·군 단위로 나눠 어느 지역에서 많은 자금이 몰렸는지, 어떤 유형의 상품이 인기가 높았는지 등을 가입지점을 기준으로 '지도'로 만든 것이다. 국내 전체 TDF가 그 대상이다. 몇 차례의 클릭으로 해당 지역 고객성향을 읽을 수 있다. 장 본부장은 "TDF는 온라인을 통해 많이 가입하는 만큼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마케팅의 경우 가령 강남, 종로, 을지로 등 이른바 오피스 벨트에서 가입정도가 강하니 옥외광고를 할 지, 버스 광고를 할 지 선택하도록 하는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으로 보면 지역별로 어떤 빈티지의 선호도가 높은지 등도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상품 출시계획에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