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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 짐 싸는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부글부글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1 18:40

수정 2024.07.01 18:40

자진상폐 기업, 주주와 마찰
"공개매수가격 본전도 안돼"
지분 결집·법적 대응하기도
자발적으로 짐 싸는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부글부글
상장사들의 자진 상장폐지가 잇따르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오는 22일까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앞서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2대 주주인 에이션패션은 지난달 21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 22.02%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성통상은 상장폐지를 통해 경영 활동의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자발적으로 시장을 떠나는 기업은 신성통상뿐 만이 아니다. 올해 쌍용씨앤이(C&E),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제이시스메디칼, 티엘아이 등이 자진 상폐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씨앤이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지난 3월부터 공개매수와 장내매수,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밟아 오는 9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사모펀드 어피너티웨커티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도 각각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의 상폐를 추진하고 있다.

잇따르는 자진 상폐 움직임에 소액주주들은 울상이다. 기업은 비상장사로 돌아가는 것이 회사의 성장과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이지만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당초 매수한 가격이 공개매수 가격보다 낮으면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공개매수가 발목이 잡힌 사례도 적지 않다. 락앤락과 커넥트웨이브가 대표적이다. MBK는 지난 4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커넥트웨이브 잔여 지분 전체에 대한 공개매수를 두 차례 진행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목표 지분율(89.9%)에는 못 미쳤다.

어피너티 역시 락앤락 잔여 지분을 두 차례 걸쳐 공개매수했지만 목표치(95%)를 달성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상장폐지 절차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주주들은 공개매수 미참여를 넘어 지분 결집과 법적인 대응도 준비하는 분위기다. 락앤락 소액주주들은 최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2~3%의 지분을 모으고,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로서는 그대로 상장사로 남는 것이 나은지, 비상장사로 가는 것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데 긍정적인지 살펴보고 상장폐지를 선택한 것"이라며 "공개매수를 통해 주주들에게 최근 시장에서 거래됐던 가격보다 프리미엄을 더 얹어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각자 생각하는 기업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불만이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가격이 적정한 지를 따져보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공개매수 가격이 적정한 지에 대해 사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것이 주주들의 불만 중 하나"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과의 갈등은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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