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음담패설에 고통받는 상담원
#. 50대 남성 A씨는 '자동차보험 계약해지를 서류 없이 처리하라', '보험료를 전부 되돌려달라'는 등 여러차례 막무가내로 업무처리를 요청했다. B보험사 여성 상담원은 해당사항은 불가하다고 설명했으나 "직접 찾아가서 범하면 꼼짝 못할걸", "X같은 년" 등 수차례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다. A씨는 이후에도 500일이 넘는 기간동안 콜센터에 지속적으로 연락해 여성 상담원만을 대상으로 업무와 무관한 음담패설을 퍼부었다. 이에 B보험사는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고소를 진행했다. 결국 A씨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40시간, 보호관찰을 선고 받았다.
이처럼 여성 상담원에 대한 음담패설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지만 보험사에는 이와 관련한 응대 메뉴얼은 고사하고 통계수치도 없다.
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악성민원 유형 가운데 음담패설에 관한 통계수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손해보험사 민원 가운데 단순 직원불친절 관련 민원이 지난해 기준 약 574건인데 이 가운데 음담패설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음담패설은 상담원 입장에서 분류를 해야 하는 악성민원 유형인데 일반적으로 민원 분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뤄지다 보니 음담패설의 경우 통계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담패설을 명확히 규정해 응대 메뉴얼을 정해야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메뉴얼이 없다보니 소송까지 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돼야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보험사로서도 적잖은 부담인 만큼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B보험사 역시 6년 동안이나 상담원들이 시달린 후에야 소송 검토에 나섰다. 2017년 40대 남성 A씨는 보험금 지급 서류 접수 후 3영업일 이내 처리 안내를 받았는데도 무조건 당일 지급을 요청했다. B보험사 여성 상담원이 약관 등에 따른 기한을 안내했으나, A씨는 '여자가 어디서 말대꾸냐', '너희 집 위치가 어디냐', '당해본적 있냐' 등 여러 차례 성희롱적 발언을 지속했다. A씨는 그 이후 지난 4월까지 상담사 불친절, 보험금 지급 불만 등으로 6년 넘는 기간 동안 총 760차례 콜센터에 전화해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하루는 본인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자 50통 이상 전화해 노골적인 음담패설을 하며 업무방해를 지속했다. 계속되는 성희롱에 B보험사 여성 상담원은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퇴사했다.
성희롱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한 보험사 콜센터 직원은 "문득 콜을 받았을 때, 그 민원인의 목소리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겁이 난다. 아무렇지 않게 '왜 자꾸 묻는 말에 대답만 하지, 순종적인 스타일일인가?' 등 성희롱이 섞인 발언을 하는데 마땅한 대응수단도 없고 그냥 혼자 묵히는 수밖에는 없다"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니 내 목소리 탓인가 싶고 자괴감이 들기도 해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주위에 물어보니 이런 민원인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놀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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