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마크롱 치명타… 佛 극우 사상 첫 다수당 집권 '눈앞'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1 18:51

수정 2024.07.01 18:51

조기총선 국민연합 압승
공화당 연대 포함 득표율 33.1%
"부패 권력 끝내려는 유권자 열망"
바르델라 총리 임명 가능성 높아
좌파 28%·마크롱 범여권 20%
7일 결선투표 단일화 성사 변수
2022년 11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민연합(RN)의 새 당 대표에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가 전임 당 대표였던 마린 르 펜의 손을 잡고 있다.로이터뉴스1
2022년 11월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민연합(RN)의 새 당 대표에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가 전임 당 대표였던 마린 르 펜의 손을 잡고 있다.로이터뉴스1
6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 광장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광장 조각상에 올라 RN의 총선 승리를 비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6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 광장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광장 조각상에 올라 RN의 총선 승리를 비난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27년 만에 치러진 조기 총선 결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두면서 창당 52년 만에 원내 1당에 오를 전망이다. 극우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조기 총선으로 도박에 나섰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극우 진영의 총리와 동거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577석 중 76석 확정, 7일 결선 변수

상원의원을 간접선거로 뽑는 프랑스 의회는 6월 30일(현지시간) 577명의 하원의원을 뽑는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마크롱은 6월 9일 2022년 선출된 하원을 해산한 바 있다. 프랑스 하원이 의원 임기(5년)를 채우지 못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경우는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현지 매체 르 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1일 개표 결과 577명 가운데 76명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총선에서 선거 첫날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해당 조건에 못 미쳤지만 등록 유권자의 12.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은 다시 결선투표를 치른다. 12.5%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가 2명 미만이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로 넘어가며 결선투표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가 승리한다. 이번 총선의 결선투표는 7일 열린다.

당선된 76명 가운데 39명은 RN과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를 따르는 일부 공화당 후보다. 공화당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우파 정당이며 시오티는 이달 RN과 연대한다고 밝힌 직후 공화당에서 제명됐다. 시오티는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 덕분에 당 대표를 유지하는 가운데 계속 RN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에서는 32명의 후보가 당선됐다. 마크롱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당을 포함한 범여권 연합인 앙상블은 2석 확보에 그쳤다. 전체 득표율을 살펴보면 RN과 공화당 연대 세력의 득표율이 33.1%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NFP(28%), 앙상블(20%), RN과 연대하지 않은 공화당(6.7%) 순서였다. 투표율은 66.7%로 1988년(65.7%) 이후 36년 만에 가장 높았다.

■마크롱 남은 3년 어디로?

현지 BFM TV는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RN 및 공화당 연대 세력이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260∼310석을 차지한다고 예상했다. NFP의 예상 확보 의석은 115∼145석으로 추정된다. 앙상블의 의석은 90∼120석에 그칠 전망이다.

RN의 실권을 쥐고 있는 마린 르 펜은 6월 30일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주의가 목소리를 냈다"며 "유권자들이 마크롱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열망을 명확한 투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재 RN의 당 대표는 지난 2022년 취임한 29세 청년 조르당 바르델라지만 라린 르 펜의 영향력이 더 크다.

프랑스의 결선투표는 1차 투표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각 정당마다 1차 투표에서 우세해진 다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서로 뭉치기 때문이다.

NFP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를 이끄는 장 뤼크 멜랑숑은 출구조사 직후 "반(反) 르 펜 표심이 분산하지 않도록 각 지역구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를 모두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의 지시는 분명하다. RN에 한 표도, 한 자리도 더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앙상블에서도 좌파 진영과 단일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마크롱의 르네상스당에서는 과거 대선 당시 숙적이었던 멜랑숑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르네상스당의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공화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선거구에서만 단일화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연임에 성공하여 2027년까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마크롱은 RN이 하원 다수당에 오를 경우, RN의 바르델라를 총리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NFP가 RN을 꺾고 1당을 차지해도 '여소야대'에 따른 야당 총리 취임은 불가피하다.
이는 27년만이며 마크롱은 퇴임까지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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